北核해법 美 뜻대로?

  • 입력 2002년 10월 27일 18시 48분


임성준(任晟準)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27일 오전(한국시간) 한미일 3국 정상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3국 정상들간에 이견을 보인 부분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담 직후 나온 3국 정상의 공동발표문, 그리고 별도로 이뤄진 회담 브리핑을 들여다보면 ‘민감한 인식 차이’가 곳곳에서 엿보인다.

또 그동안 3국이 보여온 시각차도 거의 대부분 미국의 입장에 따라 정리된 흔적이 역력하다.

공동발표문은 우선 우리 정부가 주장해온 ‘대화’라는 표현이 빠지고 미국이 밝혀온 ‘평화적 해결’의 원칙으로 정리됐다. 정부는 ‘대화’와 ‘평화적’이라는 말에 비슷한 의미를 부여하려 하지만 외교전문가들은 ‘평화적’이라는 표현은 외교 경제적 제재를 포함하는 것으로 분명히 다르다고 해석하고 있다.

현지의 미 고위관리들도 정상회담 후 “북한에 대해 경제적 제재 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고, 일부 외신은 “핵 폐기를 거부한 북한에 대한 제재 문제를 논의하지 못한 것 자체가 북한핵 해법에서 3국간에 상당한 이견이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3국 정상회담 직전 발표한 ‘북-미간 불가침조약 체결 제의’ 문제가 전혀 다뤄지지 않은 것도 ‘선(先) 핵 폐기, 후(後) 협상’이라는 미국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 수석은 “북한의 그런 입장은 이미 잘 알고 있었고 놀라운 제의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3국 정상이 남북대화와 함께 북-일수교 회담을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공식 채널’로 인정한 것 역시 주목할 부문이다. 공동발표문에도 ‘북한은 일-북 평양선언에 따라 모든 국제적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는 문구만 들어갔고 제8차 남북 장관급 회담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앞으로 한미일간 협의 과정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작아질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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