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대표 국회연설 "DJ 5大 국기문란 청산해야"

  • 입력 2002년 10월 8일 18시 54분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왼쪽)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서청원 대표와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왼쪽)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서청원 대표와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의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비판과 비전 제시’에 초점을 맞췄다. 현 정권의 ‘5대 국기문란사건’을 맹비난하면서 6대 국정 과제를 제시, 수권능력을 부각하는 데도 공을 들인 것이다.

▽현 정부 실정 비판〓서 대표는 △대북 4억달러 지원의혹 △공적자금 탕진 △현대와의 정경유착 △서해교전 도발 징후 묵살 △국가기관 정치공작 동원을 5대 국기문란사건으로 규정했다. 앞으로 한나라당의 대정부 공세 타깃이 명료해진 셈이다.

서 대표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임기 중에 벌어진 과오를 청산하라”고 압박했다. 현 정권의 납득할만한 조치가 없을 경우 공세 수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음을 예고한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4억달러 대북 비밀 지원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고 서해교전 도발징후 묵살 의혹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민주당 김옥두(金玉斗) 의원은 이날 연설이 시작되기도 전에 본회의장에서 서 대표에게 “이게 대표 연설문이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연설이 시작되자마자 민주당 의석에선 “거짓말하지 마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고, 서 대표가 “정신차려, 민주당”이라고 맞받아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정몽준(鄭夢準) 때리기’〓서 대표는 이날 정몽준 의원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현대와 현 정권의 유착문제를 부각시켜 우회적으로 정 의원을 공격했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와 접전을 벌이는 정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현대의 주가조작사건, 부실기업 구조조정, 금강산사업과 빅딜과정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정경유착의 극치다. 지금 현대 가(家)는 다른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 모두 나서 공적자금을 갚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서 대표가 현대 문제를 비판할 때 민주당 의석은 조용했다.

▽6대 집권 비전〓서 대표가 밝힌 6대 국정 최우선 과제는 사실상 집권 공약이라고 할 수 있다. 연설문 담당 실무진은 가급적 이 후보가 언급한 정책 공약의 골격을 이번 연설문에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국정원, 경찰, 국세청, 금감위, 공정위 등을 포함한 8대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 보장과 함께 고위직과 선출직의 부패사범에 대한 공소시효 연장과 대통령 사면권 제한을 명문화한 점이다.

한편 서 대표는 반대세력 무마를 위해 정치보복 금지와 공정인사제 확립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시한 주요 정책 공약
분야내용
부패청산-부패방지위 산하에 대통령 친인척과 비서실 비리 감찰기구 설치
-검찰, 감사원, 부방위, 국정원, 경찰, 국세청, 금감위, 공정위 등 8대
기관의 정치적 중립보장
-고위직과 선출직 부패사범의 공소시효 연장
사회불균형 개선-주택 보급률 110% 수준까지 상향 조정
-지방경제 살리기 위한 ‘한국재건펀드’ 조성
-중앙부처, 공공기관, 국공립대학의 지방 이전
여성-취학 전 5세 자녀에 대한 무상교육 확대
-재혼가족을 위한 친양자제 도입과 호주승계순위 개정
교육-고교평준화 정책 보완
-2007년까지 대학입시정책 완전 자율화
-교육재정을 GDP의 7% 수준으로 확대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청와대 "대통령 흔들기 중단을"▼

청와대는 8일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사실을 왜곡해 국정혼란과 국기문란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서 대표가 언급한 ‘5대 국기문란 사건’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선숙(朴仙淑) 대변인은 논평에서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대북지원 의혹을 제기해 놓고 이를 기정사실화해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시하고 “공적자금 국정조사를 정략적 이해관계 때문에 기피하고 있는 것도 역시 한나라당이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또 “병역비리 의혹수사는 당사자간 명예훼손 고소에 의해 시작된 만큼 한나라당도 수사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고 촉구한 뒤 군 정보묵살 의혹 제기에 대해 “진정 군과 나라를 생각한다면 그런 선동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조순용(趙淳容) 정무수석도 “정부가 경제살리기에 애쓰는 동안 한나라당과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며 “‘대통령 흔들기’ ‘국정 흔들기’를 중지하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서 대표를 ‘정쟁담당’ 대표라고 비난하며 “한나라당은 무책임한 정치 행태를 중지하고 자숙하라”고 촉구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2007년까지 대학입시 완전자율화, 나는 이렇게본다▼

김용학 교수

▽김용학(金用學·입학관리처장·사진) 연세대 교수〓한국 대학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들은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고, 대학간 경쟁력도 강화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정부의 규제로 대학들은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해 왔지만 완전자율화로 가면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특히 대학들은 기여입학제 등 입시전형의 다양화를 통해 대학재정을 충분히 마련해서 열악한 교육여건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완전자율화가 정착되려면 정교한 플랜이 세워져야 한다. 정부는 대학에 자율성을 주는 대신 그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대학도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최대한 입시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일부 사립대들이 자율화를 특수이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재정을 국내총생산(GDP)의 7%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은 좋으나 무조건 재정을 늘리기보다는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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