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의장, 총리代讀 한때 거부

  • 입력 2002년 10월 7일 18시 17분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이 7일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제출에 따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김석수(金碩洙) 국무총리가 대신 읽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며 한때 사회를 거부하는 바람에 국회 본회의가 1시간 늦춰지는 파행을 겪었다.

국회의장이 대통령의 국회연설을 국무총리가 대독하는 것을 거부한 것은 의정 사상 처음이다.

박 의장은 이날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의 설득으로 본회의 사회를 시작하면서 “의장 취임 직후부터 최근까지 3개월에 걸쳐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나와 시정연설을 해줄 것을 정중하고도 간곡하게 요청했다”면서 “그러나 청와대는 관례가 없다며 그것도 오늘 아침에 거부했다.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박 의장은 이어 “지금까지 총리가 대독케 한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로, 보존할 가치가 없다. (대통령의 직접 연설을 요구한 것은) 국회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책무를 다하기 위한 것이다”며 “이는 특정 정권에 대한 요구가 아니라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대통령이 직접 연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의 내용이 다 공개된 데다가 시정연설의 총리 대독은 그동안의 관행이었다”고 해명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김 총리가 대독한 시정연설에서 “21세기 일류국가로의 도약을 위해선 12월 대통령선거의 공명정대한 실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대선이 선거 사상 가장 공명정대한 선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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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통령은 이어 “이번 기회에 모든 정당이 진정한 정치개혁 방안을 도출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책에 대해 김 대통령은 “최근 대외 경제여건은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우선 내수, 수출, 투자 등 각 부문이 균형성장을 하도록 거시경제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며 부동산, 가계대출 등 과열이 우려되는 부문에 대해선 적시에 대응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이어 “주5일 근무제가 합리적으로 정착되도록 근로시간, 휴일 및 휴가제도를 개선하겠다”면서 “공교육을 내실화하고, 내년에는 1만3000명의 교원을 증원하고 중학교 2학년까지 완전 의무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동해 표기와 관련, 국제수로기구(IHO)는 세계바다지도 개정판을 조속히 발간하고 최소한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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