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00억 北지원설…한나라 거듭 의혹제기

  • 입력 2002년 9월 29일 19시 04분


한나라당이 제기한 현대그룹의 ‘4억달러(약 4900억원) 대북 비밀지원’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며 연일 한 가지씩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주장을 ‘색깔론 공세’로 치부하며 반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4000억원 인출 및 세탁 경로〓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기획위원장은 29일 “산업은행 본점과 2개 지점에서 자기앞수표로 인출된 4000억원은 여러 경로를 통해 쪼개지고 합쳐지는 세탁과정을 거친 뒤 해외에 개설된 북한의 계좌로 들어갔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수표가 얼마짜리로 몇 장이 인출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산업은행의 수표발행 명세만 확인해도 사실관계는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돈세탁에는 국내의 외국계 은행이 이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주장이 매일 바뀌고 있고 의원별로도 다른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며 의혹 제기를 일축하고 있다.

▽현대상선 4000억원 사업보고서에 누락〓현대상선이 2000년 8월14일 금감원에 제출한 2000년 반기 사업보고서의 주석란에는 ‘2000년 6월30일 현재 외환은행 등 16개 은행과 4415억원을 한도로 당좌차월(대월) 약정을 맺고 있다’고 쓰여 있다.

한나라당은 29일 “4415억원은 기존 당좌대월 2920억원과 5월27일 추가된 외환은행(500억원) 및 산은(1000억원)의 당좌대월을 합친 금액”이라며 “따라서 문제가 되는 6월7일 약정된 당좌대월 4000억원은 현대상선의 장부에서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은 이날 오후 9시까지 “일요일이어서 쉽지는 않지만 현재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하는 중”이라고만 밝혔다.

▽당좌대월은 얼마나 인출됐나〓현대상선에 대한 당좌대월을 승인한 박상배(朴相培) 산은 부총재는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대상선이) 지원 받은 그날(2000년 6월7일) 4000억원을 모두 뽑아썼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2000년 6월 말까지 당좌대월 4000억원 중 1000억원만 사용해 회계장부에 1000억원만 기록했다’는 현대상선의 해명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현대상선이 당좌대월 4000억원을 모두 쓰고도 금융감독원에 2000년 8월14일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부채로 처리하지 않았다면 분식회계 의혹이 있다는 것.

이에 대해 현대상선은 “당좌대월이란 기업의 마이너스 통장과 같은 것으로 반기결산을 앞두고 3000억원을 갚았기 때문에 대월잔액이 1000억원만 기재된 것”이라며 “이런 주장은 무지의 소치”라며 반박했다.

4900억 대북 비밀지원을 둘러싼 공방
쟁점한나라당민주당 또는 현대그룹
4000억원의행방은2000년 6월7일 산업은행 본점 영업부(1000억원),구로지점(1000억원), 여의도지점(2000억원)서 현대그룹이 인출해 국가정보원에 전달.현대상선, “6월말까지 1000억원을 썼고, 3000억원은 7∼9월에 회사자금으로 썼다.”
국정원에4000억원흘러갔나인출된 4000억원은 국정원에 전달됐고,세탁된 뒤 북한 페이퍼컴퍼니에 송금됐다.민주당, “국정원은 전면 부인했다. 대북 송금루트는 한나라당 의원마다 달라 헷갈릴 정도다.”
현대상선보고서엔1000억원만 기록됐나현대상선이 부채로 기입한 1000억원은 5월27일 별도로 지원받은 것으로 4000억원과는 별개. 4000억원은 완전히 누락됐다.현대상선, “한나라당 주장은 당좌대월은 꺼내쓸 수 있는 한도총액(4000억원)대신 실제 꺼내 쓴 금액(1000억원)만 기록한다는 회계처리 원칙을 몰라서 한 소리다.”
보고서에대출만기가잘못적혔나반기보고서에 당좌차월 만기가 12월29일. 6월7일 4000억원을 3개월짜리로 빌렸다면 9월7일이 만기여야. 4000억원 대출 누락증거다.
4000억원이 소리없이 빠져나갔나국정원이 국내진출 외국계은행을 통해 비밀리에 세탁했을 것이다.민주당, “외환시장이 출렁거렸을 사안이지만, 아무런 징후가 없었다.”

김상철기자 sckim007@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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