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남북협력기금 1949억 적자, 3062억 흑자 둔갑"

  • 입력 2002년 9월 25일 18시 23분


정부가 금강산관광 지원 등 대규모 대북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 재원인 남북협력기금이 적자를 면치 못하자 정부 출연금을 수익에 포함하도록 회계기준을 바꾸는 편법을 동원해 적자 기금을 흑자로 둔갑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재정경제위 소속 이한구(李漢久·한나라당)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수출입은행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지난해 남북협력기금이 1949억원의 적자를 내자 5000억원의 정부 출연금을 기금에 대준 뒤 이 돈을 수익으로 잡기 위해 기금 결산지침을 변경함으로써 3062억원의 흑자가 나도록 분식회계를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01년 이전에는 정부출연금을 자본금으로 분류해 출연금이 기금수익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기금 부실이 커지자 지난해 12월 6일 통일부장관 명의로 ‘남북협력기금 회계처리 변경 지시 문서’란 공문(문서번호 교총 31320-1196)을 수출입은행장에게 보내 2001년 결산 때부터 정부 출연금을 수익으로 계상하도록 지시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대북 ‘퍼주기’ 사업에 기금을 동원하는 바람에 1997년 124억원의 흑자를 내던 남북협력기금이 99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2001년에는 당기 순손실이 1949억원에 달해 사실상 기금으로서의 기능이 위태로운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기금 회계기준 변경으로 올 6월 말 현재 677억원의 손실을 낸 남북협력기금은 장부상으로는 3244억원 흑자로 기록돼 있다.

한편 남북협력기금을 통한 대북 지원금은 7월 말 현재 1조6747억원으로 이 중 87.2%에 달하는 1조4601억원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사업에 남북협력기금이 빌려준 돈은 8월 말 현재 692억원으로 관광특구 지정과 육로관광이 이뤄지기 전에는 원리금 상환의무가 없다.

이 의원은 “정부가 보훈 기금이나 산업재해예방 기금 같은 소모성 기금에나 적용할 수 있는 회계처리 기준을 사업성 기금인 남북협력기금에 적용하는 것은 기금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영회(李永檜) 수출입은행장은 “지난해 정부에서 기금 회계기준을 바꾸라는 지시 공문이 내려와 이를 이행한 것”이라며 “수출입은행은 기금을 관리할 뿐이다”고 해명했다.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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