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불법 선거운동 판친다

  • 입력 2002년 9월 23일 18시 51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공공기관이나 언론사 등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특정 후보를 비방하거나 조직적으로 상대방의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불법 사이버 선거운동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98년 6월 지방선거와 97년 대선 당시에는 없었던 불법 사이버 선거사범은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2000년 16대 총선 때 148명이 적발된 데 이어 6·13 지방선거 때는 466명이 적발되는 등 급격히 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2월 대선과 관련해 1월부터 8월까지 1935건의 사이버 선거사범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게시판의 해당 글을 삭제토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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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와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은 전파력이 매우 강하고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후보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경찰 등 관계 당국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불법 사이버 선거운동은 △사이버 ‘논객’을 고용한 비방글 올리기 △상대 후보에게 좋은 글에 무차별 ‘답글’(REPLY) 달기 △인터넷 언론매체에 ‘시민기자’ 이름으로 허위사실 유포하기 △해킹이나 바이러스 유포로 상대방 서버 공격하기 등의 방법으로 행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각 정당과 입후보자, 언론사 등 1050개 사이트에 대해 각 지방청과 일선 경찰서의 사이버요원 653명을 동원해 24시간 순찰 및 감시활동을 펴고 있다.

경찰은 또 각 정당의 홈페이지와 e메일을 통한 사전 선거운동을 비롯해 해킹 및 바이러스 유포를 통한 상대 진영의 서버 다운시키기, 유권자 개인정보 유출행위 등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적발돼도 형사처벌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단 영향을 주고 처벌은 나중에 받자’는 식의 불법 선거운동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어 근원적으로 이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선이 다가옴에 따라 불법 사이버 선거운동을 집중 단속하고 있지만 정치적이고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며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 김주헌(金周憲) 사무관은 “불법 사이버 선거운동에 이용될 수 있는 인터넷 언론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제도적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며 “현재로서는 기존 인쇄매체에 준하는 선에서 선거법이 적용되고 있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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