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면

  • 입력 2002년 9월 17일 18시 59분


“북한이 핵무기들을 갖고 있다”는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의 16일 발언은 충격적이다. 미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거나 핵무기 제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추출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은 나왔지만 미국 각료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럼즈펠드 장관은 북한의 핵무장이 추정이나 의심의 단계가 아니라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단언한 것이다.

너무나 놀라운 발언이어서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사실관계부터 더욱 분명하게 규명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 근거부터 공개되어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한 구체적이고 새로운 증거가 확보됐다면 미국은 한국 정부에 통보했어야 옳다. 우리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북한의 핵무장 통보를 받았는지 밝혀야 한다. 만일 알고 있으면서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중대한 문제다.

럼즈펠드 장관은 미묘한 시점에 북한의 핵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을 만난 직후 기자들에게 북한과 이라크 등 ‘악의 축’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몇 시간 뒤 북-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을 뻔히 알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위험한 국가라고 강조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가 갑작스레 성사된 정상회담에 대한 경계의 표시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과장한 것이라면 이 또한 해명을 해야 한다.

정부가 통보받지 못했다면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에 대한 확인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사실로 판명된다면 대북정책은 전면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핵무기의 실험 생산 사용 등을 하지 않기로 규정한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위반한 북한과 지금처럼 태평스럽게 교류할 수는 없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데 국민에게 눈감으라고 할 수는 없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정책도 핵개발 중단이 아니라 핵무기 폐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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