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번지는 脫黨說…민주 소용돌이

  • 입력 2002년 9월 13일 18시 47분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오른쪽)와 한화갑 대표(왼쪽)가 조찬 모임을 갖고 있다. - 박경모기자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오른쪽)와 한화갑 대표(왼쪽)가 조찬 모임을 갖고 있다. - 박경모기자
꺼져가는 듯하던 민주당의 통합신당 논의가 다시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통합신당 참여가 무산되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진영이 선대위를 출범시켜 ‘노무현당’으로의 재창당에 박차를 가하자 이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는 “후보단일화가 안되면 대선에서 필패한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박상규(朴尙奎) 김원길(金元吉) 의원 등 이 흐름을 주도하고 나선 일부 중도파 의원들이 정몽준 의원 등과의 통합신당 결성을 겨냥해 ‘탈당 불사’까지 공언하고 나선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들은 10일 20여명이 3차례나 비공개 회동을 잇달아 갖고 탈당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 후보 단일화를 위한 ‘가교역할’을 하는 문제를 깊숙이 논의한 뒤 세규합에 나섰다.

그러나 한화갑(韓和甲) 대표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 등 당 지도부가 “분당(分黨)은 곤란하다”며 진화 작업에 나섰고 상당수 중도파 의원들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이라며 탈당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자 이들은 즉각 궤도수정에 나섰다.

박상규 김원길 의원 등은 13일밤 긴급 회동을 갖고 탈당을 통해 통합신당의 도화선을 만들자는 당초 입장에서 일단 한발 후퇴키로 했다. 그 대신 16일 신당추진위가 해산을 선언하면 일단 당적을 보유한 채 외부의 정파들과 ‘비공개’로 통합수임기구를 구성한 뒤 통합신당을 창당하는 쪽으로 가닥을 다시 잡았다.

박 의원은 그러나 “통합신당을 같이할 수 있는 상대세력이 탈당을 요구해 올 경우에는 탈당할 수도 있다. 20명 가량은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해 상황 전개에 따라 탈당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처럼 가닥은 복잡해 보이지만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통한 정권재창출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17일 정몽준 의원 대선출마 선언식에 이들 중도파 의원 일부가 배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당적을 보유한 채 정몽준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에 깊숙이 참여해 궁극적으로 민주당과 합당 및 후보단일화를 추진한다는 아이디어다. 실제 민주당내에서는 “이런 구상에 이미 26명의 의원이 도원결의를 한 상태”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들과는 별개로 최명헌(崔明憲) 장태완(張泰玩) 의원 등 ‘구당(救黨) 모임’도 “정권재창출을 위해 모두 마음을 비우고 힘을 합쳐야 한다”며 서명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입장표명을 유보해온 이한동(李漢東) 전 국무총리도 독자 신당 창당 작업에 나설 뜻이 있음을 밝히고 나섰다. 정몽준 의원도 이날 “(탈당파 의원들과) 연락이 되면 직접 얘기를 들어보겠다”고 관심을 표명하고 나섰다.

결국 민주당의 상황은 한편에서 통합신당논의를 거둬들이자 다른 쪽에서 신당논의의 불을 지피는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여러 세력의 속셈은 제각각이지만 목표는 후보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데 모아져 있는 만큼 ‘민주당 발(發) 신당논의’는 다시 확대재생산될 가능성이 큰 실정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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