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후보 고민 "우리도 급한데…" 韓대표 선대위장 고사

  • 입력 2002년 9월 12일 18시 47분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계기로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서려던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구상이 한화갑(韓和甲) 대표의 선대위원장직 고사로 초장부터 꼬이고 있다.

한 대표는 12일 공군부대를 위문한 자리에서 “내가 선대위원장을 맡지 않는 것이 노 후보도, 나도 자유로울 수 있다”면서 “선대위원장을 맡지 않고도 얼마든지 표를 몰아줄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노 후보 진영 내부에서 “탈(脫) DJ 전략 차원에서 한 대표를 선대위의 얼굴로 내세우기는 곤란한 것 아니냐”는 견해가 대두됐고, 이 같은 분위기를 전해들은 한 대표는 “노 후보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겠다”며 이미 고사의 뜻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노 후보는 12일 대선기획단 회의에 참석, 참모들과 선대위 구성문제를 협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일단 신당추진위의 추진 상황을 지켜본 뒤 18일경 선대위원 일부를 발표하기로 했다고 정동채(鄭東采) 후보비서실장이 전했다.

그렇지만 노 후보측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선대위 체제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한 한 대표를 선대위원장 1순위로 꼽아왔으나 한 대표가 선대위원장직을 고사하면서 때이른 차기 당권 다툼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선대위를 발족하더라도 당이 대선체제로 전환하기는커녕 ‘선대위 따로, 당 지도부 따로’ 식으로 이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당장 정대철(鄭大哲)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측에서는 “한 대표가 대선에서 한 발 물러선 채로 대표직을 유지하는 것은 차기 당권을 선점하려는 의도 아니냐”고 의심스러워 하고 있다. 당 지도부 내에서 이 같은 알력이 계속되면 선대위 구성을 내세워 당을 장악하려 했던 노 후보측의 계산에도 차질이 빚어질 게 분명하다.

그래서 당내에서는 최고위원 경선에서 2위를 한 정대철 최고위원과 중도파인 한광옥 최고위원, 개혁파를 대표하는 김근태(金槿泰) 의원, 정동영(鄭東泳) 고문 등을 아우르는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도 거론된다.

하지만 노 후보측 일각에서는 영남출신으로 국무총리를 지낸 원로 등 거물급 외부인사를 영입해 당내의 논란을 잠재우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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