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 면회소 설치를 기대한다

  • 입력 2002년 9월 6일 18시 18분


어제부터 금강산에서 열리고 있는 제4차 남북 적십자회담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그동안 일회성 이벤트성 행사에 그쳤던 이산가족 상봉사업이 이번 기회에 정례화 제도화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회담에는 양측 적십자단체의 최고 책임자가 대표로 나선 만큼 면회소 설치 문제가 반드시 성사되기 바란다.

우리측 서영훈(徐英勳) 한적 총재는 어제 금강산으로 떠나며 “월 2회 정도 상봉행사를 제의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달 말에는 북측 조선적십자회도 “면회소 설치 등 흩어진 가족 친척 문제의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해결방도에 합의하자는 귀하의 입장에 동감을 표시한다”고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모두가 회담 결과를 낙관케 하는 좋은 조짐이다.

상설 면회소 설치 등 이산가족 상봉을 제도화하는 일은 남북 당국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적인 과제다. 특히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는 1세대 이산가족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하루가 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60세 이상 1세대 이산가족은 69만명에 달하지만(2000년 말 현재) 최근 2년 사이에 상봉한 이산가족은 남과 북에서 100명씩 4차례에 불과했다. 작년 10월에는 이산가족 상봉단 추첨에서 떨어진 80대 실향민 할아버지가 낙담 끝에 임진각에서 자살한 비극적인 사건도 있었다.

뒤늦게나마 이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잘못된 입장부터 바뀌어야 한다. 북한은 지금까지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적 사안이라고 주장해왔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혈육을 그리는 인간의 본능에 관련되는 인도적 문제다.

북한이 최근 각종 남북대화에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산가족 문제에서 종전의 태도를 고집한다면 이 같은 북한의 진심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게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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