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정몽준 직접 담판뿐"

  • 입력 2002년 8월 19일 18시 44분


민주당 내에서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과의 ‘담판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난마처럼 얽혀 있는 신당 창당 논의를 정리하면서 ‘반(反)이회창 연합구도’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신당 논의의 핵인 정 의원과 직접 교섭하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정 의원과의 교섭창구 역할을 맡아온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이 이런 주장을 내세우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19일에도 정 의원과의 협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당내 분위기와 달리 통합신당에 대한 정 의원의 반응을 “긍정적”이라고 소개하며 정 의원과의 교섭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내 일각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정 의원간의 담판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어차피 신당 창당의 핵심은 노 후보와 정 의원이고, 신당 창당의 최대 걸림돌도 두 사람간의 경선 방식인 만큼 두 사람이 만나 담판을 지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민주당측의 구상은 사실은 궁여지책(窮餘之策)의 성격이 짙다. 민주당이 그려 왔던 각 정치세력의 연합을 통한 ‘거대 신당 창당’ 구상이 벽에 부딪혔음을 입증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내 반노(反盧) 세력의 핵심인 이인제(李仁濟) 김중권(金重權) 의원과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 및자민련 등이 별도의 ‘제3신당’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민주당의 위기의식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들 세력이 이탈할 경우 자칫하면 재창당 작업이 외연 확대는커녕 축소지향적인 신장개업에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민주당측의 끊임없는 ‘구애(求愛)’에도 불구하고 정 의원이 여전히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정 의원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독자 신당을 창당한 뒤 민주당과 통합하는 방안 △이인제 의원과 이 전 총리, 자민련 등을 망라하는 ‘제3신당’ 창당 △독자 신당을 결성해 대선까지 가는 등 세 갈래로 정리할 수 있다.

정 의원은 당초 민주당이 주장한 ‘백지 신당’ 방식을 선호했으나 이 방안이 이미 물 건너 간 만큼 대안으로 민주당과의 통합 신당 추진 방안에 매력을 느낄 만하다.

하지만 정 의원측은 노 후보가 버티고 있다는 점 외에도 자칫 민주당의 ‘DJ 이미지’를 뒤집어쓸지 모른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통합 신당’의 대선 후보 선출과 관련해 노 후보측이 국민경선을 실시할 것을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부정적 입장이다.

신당 추진의 갈래가 정리되는 데는 아직 좀 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듯하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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