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리 38억 다른용도 사용 의혹 증폭

  • 입력 2002년 8월 19일 18시 13분


장대환(張大煥) 국무총리서리가 38억9000만원을 대출받아 93년 매일경제TV(MBN) 설립 때 대주주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매일경제신문으로부터 빌린 가지급금을 갚는 데 사용했다고 해명했으나 가지급금 거래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매경의 감사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매경 감사보고서(2001년도)를 확인한 결과 장 총리서리와 매경 사이에 매출 및 매입이나 채권, 채무관계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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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의 기업 회계기준에 따르면 주식회사가 소유주와 그 친인척, 경영진 등 특수 관계자와 주요 거래가 있으면 감사보고서에 있는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註釋)’ 난에 반드시 공시하도록 돼 있다.

장 총리서리가 우리은행에서 돈을 빌려 매경의 가지급금을 갚은 시점이 올 3월이라고 해명한 만큼 채권, 채무관계가 남아 있던 지난해의 감사보고서에는 장 총리서리와 매경의 거래관계가 당연히 기록돼 있어야 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날 “장 총리서리가 가지급금을 빌린 기간이 9년인 데다 액수도 38억9000만원에 이르는 거액이었다면 감사보고서에 주요 거래 내용으로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감사보고서에 가지급금 거래 내용이 나와 있지 않은 점을 들어 장 총리서리가 대출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공인회계사 S씨(31)는 “매경과 같은 큰 회사가 감사보고서를 조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가지급금 상환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 총리서리측은 “93년 매경TV 설립 이후 매경의 가지급금으로 지분을 확보했다는 것 외에 정확한 지분 확보 시점이나 이자 적용 여부는 밝힐 수 없다”며 “모든 것은 청문회 때 밝히겠다”고 매경을 통해 말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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