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 정보 밀물]한화갑대표 방북설등 제보

  • 입력 2002년 8월 16일 18시 48분


한나라당이 8·8국회의원 재·보선을 통해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안정세가 꾸준하게 이어지면서 당에 들어오는 정보와 제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정보’들이 오나〓최근 한나라당에 입수되는 정보 중에는 국가정보원 및 여타 정부기관에서 생산·가공된 것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형근(鄭亨根) 의원이 제기했던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 8월 방북 추진설’도 국정원 쪽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이 뒤이어 폭로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10월 중 제주도에 와 정몽준(鄭夢準) 의원을 만날 것이다”는 내용의 출처도 마찬가지.

민주당과 국정원에서도 “한나라당으로 정보가 새는 것 같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한 국정원 관계자는 “최근 국정원 출신자들의 모임인 국사모(국가 사랑 모임) 인사들이 한나라당 주변에서 자주 목격되고 있다”고 말해 양자간의 커넥션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상배(李相培) 정책위의장은 “공적자금과 관련해 정부기관과 금융기관 등에서 의미 있는 정보가 밀려들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도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보의 신뢰성〓‘한화갑 대표 방북설’에 대해서는 민주당에서도 “부분적으로 맞기는 맞는 것 같다”며 정형근 의원의 정보력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다루는 정보 중에는 오발탄이 더 많다는 지적이다.

당내의 한 정보통 의원은 장대환(張大煥) 국무총리서리 지명 발표 전날 이회창 후보 등 당 지도부에 ‘극비 정보’임을 전제로 “총리는 대법관 출신 K씨라고 한다”고 보고했으나 막상 뚜껑을 연 결과 장 총리서리로 발표되자 머쓱해했다는 전언이다.

“민주당 중진 C의원의 사촌동생이 C의원으로부터 2000만원을 떼먹고 도망갔다고 한다”는 등 ‘사소한’ 정보도 수집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현 정부나 민주당 관련 사항이면 일단 기밀로 분류해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밀정보’에 의존한다〓국정원 등에서 오는 정보는 중요하게 다뤄지지만, 민주당 내의 신당 창당 논의 등 정치의 흐름에 관한 일반 정보는 관심 밖인 것이 한나라당의 현실이다.

이에 대해 한 고위관계자는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들과 만나 대화하면서 얘기도 듣고, 협조도 구하는 활동을 하기보다는 한건주의식으로 생색내는 데만 관심을 두고 있다”며 “귀에 솔깃한 정보만 중시하고 일반정보를 소홀히 하면 자칫 대세를 그르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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