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주변은 침묵과 걱정

  • 입력 2002년 7월 31일 17시 29분


31일 오후 장상(張裳)총리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총리비서실장과 정무수석비서관, 의전수석비서관 등은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장 총리서리 집무실로 향했다. 그러나 10분쯤 뒤 경호원이 "(총리서리가) 마실 물 좀 준비해달라"고 비서에게 요청한 것을 제외하곤 집무실 주변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면담을 끝내고 나온 김덕봉(金德奉) 공보수석비서관은 "장 서리는 '내 일은 중요한 게 아니나 앞으로 이로 인한 국정혼란이 걱정스럽다'고만 말했다"고 전했다.

장 서리는 이날 오전 8시15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9층 집무실에 도착해 점심식사도 참모들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해결하며 하루종일 청사안에서 머물렀다. 오전중 참모들로부터 수시로 각 당 분위기와 여론 등에 대해 보고를 받으며 차분하게 결과를 기다렸던 장 총리서리는 가결을 낙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장 총리서리는 가결 직후 총리실 출입기자들과 기자간담회를 갖고 총리로서의 포부를 밝힐 예정이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장 총리서리는 또 참모들에게 "청문회를 거치면서 공부를 많이 했다. 비싼 수업료를 낸 기분이다"고 말하며 평상심을 유지했다고 총리실 관계자는 전했다.

총리실 관계자들은 "전혀 예견치 못했던 일이다. 우리로서는 할 말이 없다"고 답하면서도 앞으로 닥쳐올 일을 걱정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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