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후보 "재보선 이겨도 완전개방 재경선" 또 꺼낸 승부수

  • 입력 2002년 7월 9일 19시 57분


노무현 후보가 9일 중앙인사위를 방문, 조창현 위원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 박경모기자
노무현 후보가 9일 중앙인사위를 방문, 조창현 위원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 박경모기자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갈수록 대담한 승부카드를 던지고 있다.

지방선거 참패 직후 “8·8 재·보선에서 질 경우 재경선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던 노 후보는 9일 불교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00%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개방경선)로 재경선 하겠다”고 한 걸음 더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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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후보는 심지어 “재·보선에서 100% 승리해도 도전자가 있으면 받아주겠다”며 “지금은 나타나는 사람이 없지만 당의 머릿속에 떠도는 박(박근혜·朴槿惠 의원)이든 정(정몽준·鄭夢準 의원)이든 데리고 오라. 가든 오든 한번 하자”고까지 말했다.

다만 그는 “8월 말까지 후보문제를 마무리해야 한다”며 “11월에 가서도 후보를 교체해야한다고 말하면 잡아다가 벌을 줘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노 후보의 ‘DJ 차별화’ 행보도 본격화하고 있다. 그는 이날 중앙인사위원회를 방문한 직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지역편중인사이다. 실제 그렇든 안 그렇든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현 정부의 인사정책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지역편중인사 문제가 아니라 특정 고교와 결합된 학맥이 새로운 형태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를 겨냥하기도 했다.

노 후보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나선 데는 우선 8·8 재·보선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도 이날 매일경제 TV와의 대담에서 “(재·보선) 전망이 솔직히 밝지 못하다”고 말했다.

실제 재·보선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노 후보가 원하든 원치 않든 당내에서 재경선 요구가 불거질 것이 분명한 만큼 아예 공세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득책이라고 노 후보 진영은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는 물론 재경선 자체가 급락한 지지율을 반전시키는 ‘이벤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 후보 진영은 재경선을 치러 누구와 대결하더라도 이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후보 교체로 판 자체가 깨지는 큰 변화가 생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노 후보가 실명을 거론한 정몽준 박근혜 의원도 아무런 기반이 없는 민주당에 들어와 재경선에 참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노 후보는 재경선 카드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당내 비주류의 반발을 제압하고 지지층을 재결속하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그가 DJ와의 차별화에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정면돌파 전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노 후보 발언에 대한 당내 분위기는 엇갈리고 있다. 노 후보의 한 측근은 “재경선을 하겠다고 한 이상 기득권을 포기하고 화끈하게 판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으나, 비주류의 한 의원은 “뭘 하든 관심이 없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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