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역풍 경계령]지방선거 압승 "독될까 약될까"

  • 입력 2002년 6월 21일 18시 46분


군부대 간 李후보 - 서영수기자
군부대 간 李후보 - 서영수기자
“이젠 주택가에 쓰레기만 조금 쌓여 있어도 한나라당 잘못입니다.”

한나라당 이원복(李源馥) 인천남동을 지구당위원장이 21일 6·13 지방선거 후 달라진 지역분위기를 이같이 소개했다. 입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압승 경계 주의보〓지방선거 후 실시된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부터 당 지도부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지방선거결과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잘 됐다’와 ‘좋지 않다’는 응답률이 각각 40% 선으로 나타났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얘기. 향후 당의 대응 여부에 따라 자칫 민심의 역풍(逆風)이 불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으로 당 관계자들은 해석했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언론특보인 이원창(李元昌) 의원은 “특히 압승한 수도권의 경우 우리 당이 선거결과에 안주해선 안 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이 후보를 포함한 당 지도부가 몸을 낮추면서 조심스러운 행보를 계속하는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유승민(劉承旼) 여의도연구소장은 “이 후보의 몸낮추기 행보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연말 대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 후보 본인도 이젠 완전히 적응된 상태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요즘 정국 대응 수위를 놓고 고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해 마냥 침묵할 수도 없지만, 앞장서서 ‘네거티브’ 공세를 주도한다는 인상을 주어서도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8·8 재·보선 경계 경보〓당 지도부는 ‘미니총선’으로 불리는 8·8 재·보선도 잘못 대응할 경우 낙관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도부가 공천심사위를 통해 엄격한 인선기준을 마련하는 등 분위기를 다잡아 나가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면서도 당직자들은 “한나라당의 상승세가 최소한 8·8 재·보선까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공천지망생들이 몰려들어 중앙당 주변은 어느 때보다도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수도권 일부와 경남 마산 합포의 경우 공천희망자가 10여명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

한 고위당직자는 “최근 한 예비후보가 만나자는 연락이 왔으나 금품을 건넬 가능성이 커서 아예 만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한 최고위원도 “요즘 공천을 노린 지역인사들을 만나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공천전이 과열되자 당 안팎에선 ‘이회창 후보의 내락을 받았다’는 등의 미확인 루머나 공천지망자들 간의 비방전도 난무하고 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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