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바꾸고 맘 바꾸는 '철새 후보' 들

  • 입력 2002년 6월 5일 19시 03분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중 당적을 바꾸거나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선 후보들이 많다. 이들은 선거운동 현장에서 상대 후보로부터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곤욕을 치르면서도 지지자들의 동반탈당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후보들이 있는 선거구일수록 후보자들간의 상호 인신공격이 치열하고 지역사회의 갈등 양상도 심각한 편이다. 물론 말을 바꿔 탄 후보들은 대부분 불공정 경선때문에 불복할 수 없어서 당을 바꾸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지역주민을 위해 탈당했다〓한나라당 이원종 충북지사 후보는 신한국당→자민련→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97년 대선 당시 신한국당 충북 선대본부장이었던 이 후보는 98년 지방선거 때 충북에 자민련 바람이 불자 자민련으로 당적을 바꿔 충북지사에 당선됐고, 이번엔 다시 한나라당으로 옮겨 출마했다.

자민련 구천서 충북지사 후보 측의 “패륜아”라는 비난에 이 후보 측은 “도지사는 도민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지 정당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과거 이 후보의 지지자들도 자민련 잔류파와 한나라당 이적파로 나뉘었다.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송인국 후보는 98년 지방선거 때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시의원에 당선됐으나 이번에는 무소속 출마 의사를 내비치다 한나라당으로 말을 바꿔 탔다. 민노당 경선에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출신인 이갑용 후보가 출마하자 아예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당적을 옮긴 것.

송 후보 측은 “지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라는 점에 비추어 소속이 어디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아는 사람들이 더한다〓전남 화순군수 선거에 나선 민주당 임흥락(林興洛) 후보와 무소속 임호경 후보는 한때 각각 지구당의 자문위원과 고문을 맡아 한솥밥을 먹었지만 지금은 상대의 도덕성을 깎아내리는 데 여념이 없다. 이 지역 민주당 관계자는 “서로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이 결별하면서 1만3000여명의 당원들도 뿔뿔이 흩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충남 부여군수 선거에서는 자민련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유병돈(兪炳敦) 현 군수가 경선의 불공정을 문제삼아 당원 1300명과 함께 자민련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자민련 당원들과 탈당한 사람들 사이에 비난전이 격화되고 있다

무소속 장한량(張漢良) 충북지사 후보는 이번 선거 후보등록 직전까지 민주당 소속이었으나 민주당과 자민련이 ‘야합’했다고 비판하면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는 “민주당이 자민련에 발목이 잡혀 하는 수 없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것일 뿐, 6월 14일이면 다시 민주당에 원대복귀할 것이다”고 말했다.

▽다른 후보 밀어주는 게 낫다〓경선과정의 불공정을 주장하면서 탈당한 뒤 자신은 출마하지 않은 채 다른 후보를 지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광주 동구에선 박종철(朴鍾澈) 현 구청장과 조수웅(趙秀雄) 전 시의원 등 100여명이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전영복(全永福) 후보를 지원하고 있고, 광주 서구에서는 안성례(安聖禮) 시의원이 당원들과 동반 탈당해 한 무소속 후보의 선거대책본부 고문 자리를 맡았다.

이들은 민주당 후보들을 격렬하게 비난하고 있고 민주당원들은 ‘변절자들’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충남 공주시장 선거에선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준원(李畯遠) 후보가 당선돼 공천을 받았으나 지구당 위원장인 이상재(李相宰) 전 의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당원 3000여명과 함께 탈당했다. 이들은 무소속 윤완중(尹完重) 후보에게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어가면서 한나라당 후보를 애먹이고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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