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범씨 訴狀 반송되자 새주소 알아내 융자신청서등 입수

  • 입력 2002년 4월 22일 18시 25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가 97만5000달러짜리 호화주택에 산다는 사실은 한나라당 이신범(李信範) 전 의원이 홍걸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과정에서 우연히 밝혀진 ‘부산물’이었다.

이 전 의원은 지난해 1월3일 홍걸씨 부부를 상대로 증언거부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청구했다. 자신이 2000년 3월 한국방송공사(KBS)의 현지 법인인 KTE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진 것은 홍걸씨가 증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소송이유였다.

미국에선 원고가 소장을 피고에게 전달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이 전 의원은 송달 대행회사를 통해 로스앤젤레스 남쪽 토런스시의 홍걸씨 주소지로 소장을 보냈으나 홍걸씨 가족은 이미 그 집에서 이사를 간 뒤였다.

이 전 의원은 즉각 연방우정국에 소송을 위해 필요하다며 홍걸씨 부부의 새 우편주소를 조회, 지난해 3월 팔로스버디스시의 새 주소를 알아냈다. 그는 새 주소지의 등기부등본을 열람한 결과 소유주가 ‘하워드 김과 미셸 김’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들이 홍걸씨 부부인지는 분명치 않았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등기서류의 한쪽 구석에 ‘세금 통지서는 김홍걸 부부 앞으로 보낼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눈에 안 띄게 붙어있는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또 ‘하워드 김’과 홍걸씨의 사회보장번호가 같다는 것을 확인하고 동일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 전 의원은 이어 지난해 10월 홍걸씨에게 주택구입자금을 융자해 준 JBM사를 상대로 공익소송을 제기, 지난해 12월 홍걸씨측이 공개를 극구 기피해온 융자신청서 등을 추가로 손에 넣었다.

홍걸씨가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신청서류에 미국시민이라고 기재하고 직업과 수입 등을 허위로 기재한 사실은 이를 통해 밝혀졌다. 이 전 의원은 21일 “만일 내가 홍걸씨를 상대로 소송을 걸지 않았더라면 그가 그렇게 고급주택에 산다는 사실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홍걸씨가 34만5000달러에 구입한 토런스의 집을 처분하고 팔로스버디스로 이사한 사실을 일반인들이 알기는 힘든 일이었다. 그가 먼저 살던 집으로 배달되는 우편물을 계속 받기 위해 우체국에 새 집주소를 신고하지 않았거나 우체국 사서함을 이용하기만 했었더라도 이 같은 사실은 좀처럼 공개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로스앤젤레스〓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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