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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26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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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전날 밤에도 부인 김은숙(金銀淑)씨와 김충근(金忠根) 언론특보를 비롯한 몇몇 측근들과 함께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거취 문제에 관해 숙의했으나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만큼 어느 쪽이든 쉽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이었다.
이 후보의 자택 주변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자택에 몰려온 옛 국민신당 출신 민주당원들은 “조작경선 포기하라” “청와대는 음모론의 진상을 밝히라”고 외치며 농성을 벌였고, 일부 지지자들은 “중도 포기가 웬말이냐. 빨리 경남에 내려가 선거운동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이 후보 캠프는 중도 사퇴와 경선 계속을 두고 시종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이 후보 측 현역 의원 17명과 원외 지구당위원장 등 25명가량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는 “중도 사퇴하면 경선을 깼다는 오명(汚名)만 뒤집어쓸 수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반면 “경선에 계속 참여해 봤자 들러리만 서는 추한 꼴을 보일 수 있다”는 강경의견은 소수였다.
2시간에 걸친 난상토론이 끝난 뒤 김기재(金杞載) 의원이 “정치발전과 당을 위해 계속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하자 이 후보 진영에서는 이 후보가 결국 의원들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돌았다.그러나 이날 오후 이 후보를 만난 전용학(田溶鶴) 의원이 “사실상 이 후보가 의원들의 건의를 수용하지 않았다. 무척 분개하는 표정이었고 이대로 적당히 가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한 것을 계기로 분위기는 또다시 중도 사퇴 쪽으로 반전했다.
결국 이날 오후 4시20분 이 후보를 만나고 온 김윤수(金允秀) 특보는 이 후보가 ‘획기적 제안의 수용’을 전제로 경선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 후보가 사퇴를 위한 ‘수순밟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강력히 제기됐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