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필리핀인가

  • 입력 2002년 3월 16일 00시 06분


필리핀이 으레 탈북자들이 한국행에 앞서 거치는 단골 ‘제3국’으로 자리잡았다. 15일 중국을 떠난 25명의 탈북자들은 필리핀을 거쳐 16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97년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일행과 지난해 장길수군 가족 등도 모두 서울에 오기 전 필리핀을 거쳤다.

왜 필리핀일까. 우선 과거 미군이 주둔한 적이 있어 탈북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보안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 꼽힌다.

또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탈북자들의 수용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데다 서울에서 가깝다는 점도 이유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탈북자들의 행렬이 잇따르자 북한과도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필리핀이 꽤나 부담스러운 눈치다. 필리핀 정부가 탈북자들을 18일까지 머무르게 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요청을 거절하고 “마닐라는 환승을 위한 경유지일 뿐”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탈북자들의 체류 기간은 각각 다르다. 황 전 비서는 북한 최고위층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우리 정부와 중국 북한 간에 미묘한 외교관계가 형성돼 한달 가량(97년 3월19일∼4월20일) 필리핀에 머물렀다.

그러나 길수군 가족은 필리핀 도착(2001년 6월29일) 후 공항 내에서 머무른 뒤 다음날 곧바로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탈북자 25명도 길수군 가족의 선례를 따르는 셈이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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