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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5일 1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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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5일 여권 정치자금에 대한 야당의 공세에 맞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정치자금 내역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고 한나라당은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과 이인제(李仁濟) 고문의 정치자금 공개 요구로 맞섰다.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총재는 가회동에 105평짜리 고급빌라 두채를 월세로 얻어 장남과 함께 살고 있다˝면서 ˝이 빌라는 한 채에 2년 사용료가 2억원이 넘는 호화빌라로, 세비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수입이 확인되지 않는 이 총재가 무슨 돈으로 이런 거액을 지불하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장남 정연씨의 경우 하와이 동서문화센터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나 미국의 집세와 생활비 및 국내체류비 등으로 한달에 최소 수천만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며 장남이 뚜렷한 소득원이 없는 만큼 이 총재가 이 자금을 지불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자금출처를 문제삼았다.
설의원은 이어 ˝일부에선 이 총재측이 국세청 동원 등으로 불법모금한 236억여원 가운데 검찰수사에서 규명되지 않은 110여억원을 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 총재가 1997년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2억5000만원을 썼다고 밝힌 것은 지구당 조직가동비로는 한푼도 지출하지 않았다는 뜻이어서 믿기 어렵다˝며 내역 공개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상득(李相得) 사무총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권노갑씨는 여권 정치자금의 핵심으로 이번에 불거진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면서 ˝권씨의 명백한 정치자금 위반행위에 대해 검찰과 선관위가 유야무야 한다면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도 ˝권씨는 ´DJ 정치자금 관리자´라는 의혹이 있는 인물로, 정동영(鄭東泳)씨에게 2000만원을 지원했다면 후견인으로 알려진 모 의원에게는 더 지원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지난 총선 지원자금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이인제 고문은 권씨로부터 직접 받았든, 간접적으로 받았든 얼마를 받았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여당측의 이총재 정치자금 공세에 대해 ˝빌라 한채는 사돈이 빌려줘서 이 총재가 살고 있고, 다른 빌라는 이 총재와 가까운 친척이 전세얻은 것이나 비워두고 있어 가끔 사용하고 있다˝면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치공세 차원에서 제기한 것이라는 게 우리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세풍과 관련된 것은 검찰이 다 수사했기 때문에 검찰에 알아보면 될 것˝이라며 ˝정연씨의 미국체류비는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월급이 생각보다 많고 이 정도 지출은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