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농산물 협상서 한국 개도국지위 포기"

  • 입력 2002년 2월 17일 22시 01분


정부가 “선진국 입장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농산물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혀 물의를 빚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2004년으로 예정된 쌀 재협상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한국에 유리한 개발도상국 지위를 스스로 포기한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어 농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재정경제부의 WTO협상 담당부서인 도하개발어젠다(DDA) 대책반은 17일 정의용(鄭義溶) 주제네바 대사가 윤진식(尹鎭植) 재경부 차관을 만나 면담한 내용을 보고서로 정리해 재경부 홈페이지에 올렸다.

보고서는 ‘한국의 대응 및 건의사항’ 부분에서 “한국은 농산물을 포함해 모든 협상의제에 있어서 ‘선진국 입장에서’ 전향적으로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농산물의 비교역적 특성(NTC) 협상그룹 국가도 유럽연합(EU) 일본 스위스 노르웨이 등 선진국임을 감안해 공동보조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한국이 1994년 끝난 우루과이라운드(WTO) 농업협상에서 인정받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농민과 농민단체들의 반발이 클 전망이다. 개도국 지위는 관세인하와 보조금 감축의 속도를 선진국보다 늦출 수 있는 ‘특혜’다. 그러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치를 고려할 때 2004년 재협상에서는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데 무리가 있으므로 개도국 지위를 고집하지 말고 쌀 관세화로 전략을 전환하는 것이 오히려 한국 농업에 유리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윤 차관은 “협상을 앞둔 상태에서 ‘개도국 지위 포기’를 운운하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면서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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