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많이 받아 온몸 상처투성이” 유태준씨 일문일답

  • 입력 2002년 2월 13일 23시 39분


13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재입국 기자회견을 가진 유태준씨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 동안의 경위를 설명했다. 다음은 문답 요지.

-재작년 중국으로 출국할 때 입북할 목적이었나.

“아니다. 그 때는 북한에 있는 처를 (조선족을 통해) 중국으로 데리고 나오려고 했을 뿐이다. 북한 국경수비대에 사기를 당해 처를 만날 수 없게 되어 입북했다.”

-입북한 6월 16일은 남북정상회담 직후였는데….

“대부분의 북한 주민은 담담했다. 아버지(김대중·金大中 대통령)가 아들 뻘(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찾아온 격이라고 하더라. 북한 사람들은 지금 ‘악’밖에 안 남아 있다. 김정일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한국민은 모를 것이다.”

-북한 보위부에선 어떤 대우를 받았나.

“감옥의 한끼 식사는 콩 60알과 강냉이 50알이 전부였다. 그나마 그것도 주지 않아 세 끼를 연속 굶은 적도 있다. 고문도 엄청나게 받아서 온몸이 상처투성이다.”

(유씨는 “고문 흔적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요구에 대해 “나도 체면이 있는데 그렇게까지 하긴 싫다”며 거절했다.)

-국내 모 신문에 처형설이 보도된 것을 알고 있었나.

“입국한 뒤에야 알았다. 어머니가 ‘그 오보 덕분에 북한에서 널 죽이지 않은 것이다’고 얘기해 줬다.”

-재입국 이후엔….

“인천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경찰을 찾아가 내 사정을 설명했고 관계기관에서 이틀 동안 조사를 받았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법을 어긴 부분에 대해서는 응분의 처벌을 받겠다.”

-북한의 처에 대한 미련은….

“없다. 나를 보위부에 신고한 것이 장모였다. 북한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대한민국에 대한 고마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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