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핵심 개입 어느선까지…'이수석관여' 특검수사 새국면

  • 입력 2002년 1월 26일 01시 16분


이기호(李起浩)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이 25일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를 엄익준(嚴翼駿·사망) 전 국가정보원 2차장에게 연결시켜준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여권 핵심의 보물 발굴사업 개입 의혹이 어디까지 밝혀질지 주목된다.

이씨의 발굴 사업 지원 청탁은 99년 12월부터 집요하게 진행됐다. 이씨는 오승렬(吳承烈) 해군 정보작전참모부장에게서 보물사업을 지원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은 뒤에도 엄 전 차장을 통해 이수용(李秀勇) 해군참모총장에게 보물 발굴사업 협조를 부탁하고 직접 이 총장을 만났다. 목포해양경찰서 특수기동대원들이 보물 발굴작업에 직접 동원된 사실도 밝혀졌다.

이 수석이 이씨를 엄 전 차장과 연결시켜준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씨가 국가기관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접근한 배후도 드러나고 있다.

특검팀은 우선 의혹 해소 차원에서라도 이 수석 이외의 다른 여권 인사들이 이 사건에 관련됐는지를 밝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이 다음 주초 이씨를 소환 조사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씨의 적극적인 로비 혐의뿐만 아니라 이씨의 배후가 일부 밝혀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씨가 누구에게 먼저 사업 지원을 청탁했는지 확인되지 않아 국정원 최고위 인사를 동원하고 해군 수뇌부에 수차례 청탁한 사실이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까지 이씨가 해군에 보물 발굴 장비 및 인력 지원을 요청한 것과 발굴 수익을 나눠 갖기로 한 약정 사이의 대가 관계가 분명치 않다며 이씨 소환을 주저했다.

그러나 이 수석이 엄 전 차장을 이씨에게 소개했다고 시인하고 이씨 계좌추적과 보물 발굴사업 관련자 소환 등을 통해 이씨의 불법 행위가 명확해지면서 형사처벌을 전제로 한 소환 조사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씨를 상대로 보물 발굴사업의 소재가 된 삼애인더스 주가조작에 개입했는지와 보물 발굴사업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씨가 국가기관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과정에서 각종 불법행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비자금 조성 의혹도 확인될지 주목된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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