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美유력인사 접촉 '야당 외교'

  • 입력 2002년 1월 24일 19시 35분


브레진스키와 악수
브레진스키와 악수
미국 방문 이틀째를 맞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24일(한국시간) 콘돌리자 라이스 미 대통령 안보담당 보좌관을 면담한 데 이어 크리스토퍼 콕스 미 공화당 하원 정책위의장 등 의회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났다.

이 총재는 라이스 보좌관과 최근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와 현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라이스 보좌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다음달 방한이 △한미 동맹관계 강화 △반(反) 테러전쟁의 효과적 수행 △경제 활성화 문제 등을 집중 논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이 전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이 총재와의 만남을 ‘사적 면담(private meeting)’이라며 매우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이 총재는 이어 하원을 방문, 헨리 하이드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이 부시 행정부와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 차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직접적인 답변을 할 사안은 아니지만 북한에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공짜는 없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수행한 오세훈(吳世勳) 의원이 전했다.

이 총재는 25일 새벽엔 딕 체니 미 부통령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고,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도 만났다. 한국의 야당 총재가 미 행정부 유력인사와 만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게 남 대변인의 설명.

라이스 보좌관 면담에는 당초 참석자 명단에 들어있지 않던 한승주(韓昇洲) 전 외무장관이 배석했다. 한 전 장관은 미 공화당 인맥 섭외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미대사를 지낸 바 있는 H씨도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방미의 실무작업을 담당한 정재문(鄭在文) 의원과 박진(朴振) 공보특보 등은 제임스 릴리 전 주한대사와 에드윈 퓰러 헤리티지 재단이사장 등 ‘친(親) 공화당’ 인맥을 총동원, 체니 부통령 면담 등을 성사시켰다고 이 총재 측근들이 전했다.

한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야당 총재가 햇볕정책을 긍정평가한 것을 환영한다”고 전제하고 ‘햇볕정책이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등의 이 총재 말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이 총재가 밝힌 ‘전략적 포용’ 5원칙에 대해 “현 정부의 대북포용정책과 어떻게 다른지가 확연치 않다”고 논평하고 “외국에 나갔으면 외교에 관심을 가져야지 국내정치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외교에 대한 식견의 부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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