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업무보고]김정일 환갑 코앞…설 이산상봉 미지수

  • 입력 2002년 1월 24일 18시 44분


24일 발표된 통일부의 올해 업무보고는 소강상태에 빠져있는 남북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남북 간에는 2월19일로 예정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 이전에 남북관계를 일정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무언의 공감대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북-미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남북간 현안에만 치중하는 방식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북-미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북한을 유인하기에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통일부는 '연두 업무보고'에서 "주변정세의 변화와 남북관계 흐름을 당국간 대화 재개의 계기로 적극 활용하겠다"며 이같은 구상의 일단을 내비쳤다. 따라서 각종 남북당국회담의 우선순위도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 이전에 남북관계 개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분야에 무게가 두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순영(洪淳瑛) 통일부장관이 설(2월12일)을 전후한 이산가족 상봉 구상을 내비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여기에는 북한이 지난해 10월 4차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일방적으로 무산시켰을 당시 남북은 이미 상봉대상자 선정작업을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실무적인 준비가 손쉬울 것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다. 정부 내에서도 그동안 남북관계에 미동도 않던 북한이 과연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의 환갑(2월16일)을 코앞에 두고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응할 것인지 미심쩍어하는 정부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정부는 2차 금강산당국회담과 대북쌀지원 차관협정 문제를 논의할 2차 경협추진위원회 개최는 비교적 용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6차 장관급회담에서 이들 회담을 개최키로 사실상 합의했기 때문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도 정부의 금강산관광사업 지원 방침을 전면 재고할 것을 촉구하면서 국정조사권 발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주요당직자회의 브리핑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대북지원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면에는 북한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해 정권을 재창출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비난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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