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정치보복금지법 추진배경]“집권땐 보복” 與공세 차단포석

  • 입력 2002년 1월 3일 18시 38분


한나라당이 법리 논란으로 입법이 유보됐던 정치보복금지법 제정을 다시 추진키로 해 이를 둘러싼 논란도 재연될 전망이다.

▽추진 배경〓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2일 시무식에서 “더 이상 정치보복은 없다”고 선언했다. 이날 동아일보와의 신년인터뷰에서도 “정치보복은 말로만 해서는 안 되고 스스로에게 맹세하고 역사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구체적인 법적 제도를 만들 뜻을 내비쳤다.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은 이를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3일 11대 주요 정책에 ‘정치 보복 없는 국민 대통합 및 화해 시대 구현’을 포함시켰다. 여기에는 정치보복금지법 제정과 학연 지연을 탈피한 능력 본위의 인사탕평책 실시,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갈등 극복 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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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대선 과정에서 예상되는 ‘이 총재가 집권하면 대대적인 정치보복이 이뤄질 것’이라는 여당의 공세에 대한 사전 대비 성격으로 추진됐다. 즉 입법 추진으로 정치보복 근절 의지를 확인시켜 주겠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총재가 처음 정치보복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 총재가 집권하면 희대의 정치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정대(正大·조계종 총무원장) 스님 발언 직후인 작년 1월이었다.

정치보복금지법 시안 주요 내용
정치보복 소속 정당이 다르거나 특정 정당 및 단체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를 이유로 수사 조사 감사 금융지원 인사에 있어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
금지행위
(처벌)
①사정기관의 정치보복 목적 수사 조사 감사(3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
②정치보복 목적으로 사정기관의 수사 조사 감사에 영향력 행사(〃)
③사정기관이 정치보복 목적으로 수사 조사 감사 내용을 공표(3년 이하 징역, 5년 이하 자격정지)

그러나 소위원회까지 만들어 법안 작성 작업에 착수했지만 과거 입법 사례가 없고,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반론에 부닥쳐 활동이 지지부진했다가 이번에 다시 재추진키로 한 것이다.

▽시안 골자〓소위가 만든 시안은 정치보복 행위를 ‘소속 정당 및 단체가 다르거나 특정 정당 및 단체에 대한 지지 반대 등을 이유로 수사 조사 감사 금융지원 인사 등에 있어서 불이익 조치를 가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또 정치보복 목적의 조사를 할 수 있는 사정기관 대상으로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 금감원 공정위 감사원 기무사 등을 선정했다.

정치보복 여부는 국회에 구성하는 정치보복금지위원회가 판단하게 했고, 정치보복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수사기관의 수사는 중단시켜 특별검사에게 넘기고, 행정기관의 조사 또는 감사는 중지 권고하게 했다. 만약 사정기관이 위원회의 요구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 등을 거부할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처벌 조항도 두었다.

소위 위원장인 김기춘(金淇春) 의원은 “이 중 수사기관의 수사를 중단시키는 것은 수사권 침해 시비가 생길 수 있어 단순히 수사 중단 권고를 내리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 및 법조계 반응〓민주당은 냉소적인 반응 일색이었다. 이상수(李相洙) 원내총무는 “정치적 민주화가 진척돼 과거처럼 정치권력이 특정 정파를 탄압하는 일이 없어진 마당에 굳이 그런 법을 만들려고 하는 이유가 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의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만약 정치보복 성격이 있다면 죄 지은 사람도 봐주란 말이냐. 법적으로는 앞뒤가 맞지 않는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작년 5월 한나라당이 개최한 정치보복금지법 공청회에서도 “정치보복 여부의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법원이 정치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뜻”(이용식·李用植 서울대 교수), “정치보복금지법은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으나 이는 법의 영역이라기보다 정치의 게임 규칙의 문제이다”(한상희·韓尙熙 건국대 교수)라는 등 부정적 견해가 많았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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