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90회생일 축제 준비에 총력…北 정치행사 줄이어

  • 입력 2001년 12월 31일 16시 42분


북한은 올해 상반기에만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회갑(2월16일), 태양절(김일성·金日成 주석의 90회 생일), 인민군 창건 70돌 행사(4월25일) 등 ‘꺾어지는 해’(북한은 매 5년주기의 행사를 성대하게 치름)를 맞는 행사가 잇따라 예정돼 있다.

현재의 국제정세를 ‘대북 압살정책’으로 규정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이 같은 정치행사를 통해 내부 단결을 도모하는 동시에 경제난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태양절 행사. 정부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효심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회갑 행사보다는 태양절 행사를 더 성대하게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태양절에 주민들에게 전달할 선물을 마련하기 위한 ‘충성의 자금’ 조달을 해외공관 등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지난해 연말까지 북한의 관문인 남포항에는 해외에서 들여온 각종 식량과 물품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는 게 경협 관계자의 전언.

태양절을 기념하는 ‘아리랑 축전’도 4월부터 6월까지 이어진다. 북한 예술인 10만명이 참가하는 대집단체조(매스게임)와 예술공연도 예정돼 있는 이 축전에 대해 북한은 “와서 보지 않으면 후회할 세기적 대축제”라고 선전하면서 관광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군을 가장 위한다는 이른바 ‘선군정치(先軍政治)’를 강조해 온 북한은 인민군 창건 70돌 행사도 성대하게 치를 것으로 보인다. 동용승(董龍昇)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김 국방위원장이 당분간 미국의 2단계 대테러 전쟁을 조심스럽게 지켜보면서 ‘숨 고르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같은 정치행사는 내부 정비를 위한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