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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6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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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교전 끝에 침몰한 괴선박이 북한 공작선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본이 북한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인지, 제재를 한다면 어떤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는지가 관심이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아직 괴선박의 선적을 확인하지 못한 마당에 제재 조치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외상은 “만약 북한 공작선으로 밝혀지면 항의 외에도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대북 제재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북 제재 조치에 있어서 가장 효율적인 것은 역시 경제제재로 꼽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일본이 북한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8.3%였다. 이 중 일본이 얼마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국에 이어 두 번째인 것만큼 틀림없다.
따라서 일본이 대북 송금중단 등의 조치를 취한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현재 북한은 금강산관광 부진 등에 따라 외환이 거의 바닥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으로서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의 송금만 단속해도 북한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
북한은 내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회갑(2월16일), 김일성(金日成) 주석 90회 생일(4월15일), 인민군 창건 70돌 행사(4월25일) 등으로 외화 수요가 많다.
일본이 송금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괴선박이 북한 공작선으로 밝혀지면 북-일간의 무역은 상당히 냉각될 것이 틀림없다.
식량의 20%, 석유의 50% 이상을 대외 무상지원에 의존(통일부 보고서)하고 있는 북한에 일본의 쌀 지원은 큰 관심거리다. 일본은 지난해 50만t의 쌀을 지원했다. 올해도 10만t가량을 지원할 예정이었으나, 이제 물 건너 간 것처럼 보인다.
99년 3월 북한 공작선이 침범했을 때처럼 북-일간의 전세비행기 운항과 북한 만경봉호의 입항도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대한 분담금을 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지도 모른다.
국제무대에서의 ‘북한 때리기’도 예상할 수 있다. 개방정책을 표방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려 애써온 북한에 ‘여전히 테러국가’라는 일본의 비난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한 미 일 3국의 대북공조에서 늘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온 일본의 태도는 더욱 회의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북한에 큰 손실이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는 북한을 너무 심하게 몰아붙이는 것은 일본에 대한 불안요소를 키운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는 않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