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김은성 국정원 2차장 경질 배경 "더 방치 못한다"

  • 입력 2001년 11월 15일 18시 35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 부회장으로부터 1000만원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은성(金銀星) 국가정보원 2차장을 경질한 것은 의혹의 확산을 조기에 차단함으로써 과거 옷로비 사건 때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차장은 1000만원 수수 의혹을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이경자 부회장과 접촉한 사실이 확인되는 등 정황이 석연치 않은 데다 그 같은 금품수수설이 나오는 것 자체가 국정원 고위간부로서의 처신과 직무수행상 결격사유가 된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김 차장이 책임 문제를 떠나 직무수행을 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옷로비 사건 때 “비리 증거가 없는데 무조건 경질할 수는 없다”며 ‘선 진상규명’을 강조했던 것과는 판이한 태도다.

청와대가 이처럼 신속하게 대응하는 이면에는 국정원 내부의 전반적인 기강 해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이경자 부회장으로부터 5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형윤(金亨允) 전 국정원 경제단장에 이어 김 차장까지 의혹 사건으로 낙마함에 따라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에 처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김 전 차장이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가 국정원 내 불만세력의 음모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주장한 데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내부갈등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김 차장과 김형윤 전 단장의 문제가 모두 임동원(林東源) 전 국정원장 시절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 전 원장이 대북 분야에 전념하면서 국내 분야는 정치권 실세그룹에 의해 휘둘린 측면이 강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에 ‘정치권 실세 비호설’ 등 내부 갈등이 빚어졌고 그 후유증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핵심부도 차제에 종합적인 수습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한 핵심 관계자는 “김 차장 경질은 국정원의 전반적인 인사 및 조직 개편 조치와 연계돼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후임 인선이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그 같은 고려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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