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관계]'與=정부' 틀 깨져 대립 무뎌질듯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포기는 여야 관계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정부’라는 인식에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여야의 대립각이 무디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8일 “솔직히 앞으로 여야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당장 우리부터 정부와 여당을 분리해서 대응해야 할지, 아니면 종전처럼 같은 존재로 봐야 할지 좀 더 두고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은 “김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한 것은 아니지만, 중립내각이 들어서면 민주당을 여당으로 볼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하지만 민주당이 정말로 여당이 아닌 원내 2당으로서의 역할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혼란스럽기는 민주당측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정부 정책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전위대 역할을 맡아 한나라당과 충돌해 왔지만 앞으로 대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야 관계가 순탄할 것으로 낙관하긴 어렵다. 이미 대선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측면에서는 여야 갈등의 골이 한층 깊어질 가능성도 있다.

<송인수·윤영찬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