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되는 與내분]민주 쇄신파-동교동계 제갈길 가나

  • 입력 2001년 11월 1일 18시 49분


쇄신에 동조하는 민주당의 일부 선출직 최고위원들이 1일 당무회의에서 연쇄적으로 최고위원직 사퇴를 시사하면서 ‘배수진’을 침에 따라 당 내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최고위원들의 사퇴는 나머지 최고위원들의 사퇴를 촉발시킴으로써 원하든 원하지 않든 조기 전당대회 개최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벌써 “최고위원들이 사퇴하면 결국 조기 전당대회 쪽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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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일부 여권 핵심인사들이 추진했던 대선후보 조기 가시화를 위한 조기 전당대회 개최 주장과는 그 취지가 다르다. 쇄신파는 오히려 대선후보 조기 가시화에 부정적이다. 쇄신파가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당 지도부 쇄신이다.

실제로 일부 쇄신파 의원들은 “대표를 직선제로 뽑는 전당대회를 열어 쇄신파가 당권을 장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조기 전당대회가 개최될 경우 동교동계 및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 진영과 쇄신파 간의 사활을 건 일대 격돌이 불가피하나 세 대결에서 누가 승리할지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쇄신파는 3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의 결과를 지켜본 뒤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포함한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쇄신파가 벌써부터 조기 전당대회를 거론하는 것은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고위원들의 잇단 사퇴 시사에 대해 동교동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일부 최고위원들의 즉흥적인 의사표현으로 보고 있지만, 이들이 선출직인 만큼 정말 사퇴해버릴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분명한 것은 쇄신파의 응집력이 강해질수록 동교동계의 반격도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교동계 내에서는 “전당대회든 뭐든 할테면 해보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은 조만간 기자회견을 갖고 쇄신파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전당대회의 개최는 당 내분을 공식적인 장(場)으로 끌어냄으로써, 쇄신파든 동교동계든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민주당의 균열은 더 이상 봉합하기 어렵게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김 대통령이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식으로든 수습 방안을 제시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조기 당정개편론이 제기되는 것도 그와 같은 배경에서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 여권의 딜레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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