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연기]DJ '우리입장 표명 지시' 의미는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9시 28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북측의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일방 연기와 관련해 “북측에 우리 입장을 분명히 표명토록 하라”고 즉각 지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물론 청와대는 “지극히 당연한 지시로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냐”고 말했지만 김 대통령은 그동안 북측의 잦은 회담 연기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해 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래서 김 대통령의 이번 언급에는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 금강산관광 등 남북간 현안에 대해 북측이 보여준 불성실과 변덕에 대한 불쾌감이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한 관계자는 “북한이 자꾸 이렇게 변화무쌍하게 나오면 남측의 입장도 어려워진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북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대북 지원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문제 등과 관련해 언제까지 북에 끌려다닐 수만은 없음을 인식하기 시작한 신호가 아니냐는 다소 성급한 관측도 나온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 대통령의 이번 언급을 ‘대북 항의’라기보다는 북측에 대해 성의 있는 대화 노력을 더 기울여 달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청와대측은 △김 대통령의 ‘6·25 통일’ 발언을 둘러싼 여야 논란 △친북(親北) 정권론 파문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국회 대표연설에서 제기된 아웅산 테러 및 대한항공납치사건에 대한 북한측의 선(先) 사과 요구 등이 북한의 신경을 건드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김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최근 남측 내부 사정이 복잡해 보일지 몰라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 기조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북측에 확실히 해주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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