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군 출신 80대 실향민 상봉탈락 비관 아파트 투신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8시 40분


광복군 출신으로 건국훈장 애국장까지 받은 80대 실향민이 이산가족 상봉신청에서 탈락하자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2일 오전 5시40분경 부산 남구 대연5동 D아파트 화단에서 이 아파트 703호에 사는 박규채씨(85)가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했다.

경찰은 박씨가 최근 이산가족 상봉신청에서 탈락한 뒤 심한 우울증세를 보여왔다는 가족들의 말에 따라 생전에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못 보게 될 것을 비관해 투신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훈청에 따르면 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은 박씨는 황해도 개성 출신으로 광복군의 전신인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서 1930년대초부터 활동했다. 박씨는 1941년 광복군 5지대에 편입된 뒤 주로 만주에서 일본군에 대한 첩보활동을 해오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귀국했다가 6·25전쟁 때 월남했다.

부산에 정착해 개인사업을 해온 박씨는 4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약간의 우울증세를 보여왔으며 최근 북한에 여동생(82)이 생존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에 거주하는 형(86)과 함께 방북신청을 했으나 탈락하자 크게 낙담해왔다.

박씨의 큰아들 영철씨(50)는 “아버님은 육로로 북한에 갈 수 있는 길이 뚫린다고 해서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리셨다”며 “아버님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가족들을 보지 못하고 이렇게 돌아가시다니 큰 불효를 저질렀다”고 울먹였다.

<부산〓석동빈기자>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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