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7 대공습]우리 정국에 미치는 영향

  • 입력 2001년 10월 8일 05시 23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 개시는 극한 대치상태로 치닫던 우리 정치권의 분위기를 일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여야는 8일 새벽 공습 개시 소식을 전해듣고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한나라당은 당장 이날로 예정된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국회 대표연설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연 정치권도 당분간 국내 문제에 대한 정쟁을 접고 아프가니스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숨고르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용호 게이트’를 비롯한 각종 의혹사건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예상돼 온 국회 대정부질문(10∼16일)도 한층 차분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번 대정부질문을 통해 그동안 의혹설이 나돌던 여권 인사들의 실명 공개를 공언해 왔고 민주당도 이에 맞서 한나라당 인사들의 비리 폭로를 준비해 왔으나 일단은 자제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지난달 2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결정한 이동외과병원 수준의 의료단과 수송기 및 함정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대미 지원에 대해서는 한나라당도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고 있는 만큼 국회에서 무난히 합의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장기화되고 우리 전투병력에 대한 파병요청이 있을 경우 상황은 다소 복잡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상당수 의원이 전투병력 파병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데다 여론도 호의적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천용택(千容宅) 국회 국방위원장은 “한국군의 경우 전투경험이 많고 산악지대에 익숙하다는 점에서 미국측의 입맛에 가장 맞을 것이지만 전투병력 파병은 여야의 완벽한 합의가 필요한데 합의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번 공격에 따른 국제 원유가 인상 등으로 경제난이 가중될 경우 여야 영수회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비상시국을 맞아 머리를 맞대고 대책과 민생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나 이 총재에게도 나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이 이런 ‘평화 무드’에 마냥 젖어있지는 못할 것 같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데다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이번 국회가 사실상 마지막 정기국회이기 때문이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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