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장관급회담]군사분야 협상 언제나 제자리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49분


제5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도 회담의 ‘블랙홀’은 군사분야였다. 협상에 진전이 있다가도 군사문제를 논의해야 할 대목에 이르면 협상은 어김없이 중단되거나 궤도를 잃고 표류했기 때문이다.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문제는 물론이고 경의선 철도 도로 연결, 금강산관광 활성화 논의도 군사적 실무문제들이 해결되어야만 진전을 기대할 수 있는데 협상이 이 대목에만 이르면 진전을 보지 못하고 뒤뚱거렸다.

‘경의선 철도 도로 연결공사를 곧 착수한다’는 이번 합의는 올 2월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통해 합의된 ‘군사적 보장 합의각서’에 양측이 서명만 하면 되기 때문에 별도의 합의가 필요 없는 사항. 그러나 18일 발표된 장관급회담 공동보도문에는 서명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그냥 ‘공사에 곧 착수한다’고 돼 있다. 이유는 역시 군사문제를 건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금강산 육로관광사업도 군사분계선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같다. 공동발표문에는 단지 ‘당국간 회담을 개최한다’로만 돼 있고 필요한 군사적 실무회담은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북측의 이 같은 태도는 ‘군사분야 논의는 조평통의 대남사업 담당자들이 다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직접 나서야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김영성(金靈成) 북한 대표단장을 17일 청와대로 불러 격려한 것도 다음달 평양에서 열릴 6차 회담에서 김 국방위원장도 남측 수석대표가 될 홍순영(洪淳瑛) 통일부장관을 불러서 격려해달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김 국방위원장이 홍 장관을 부르게 되면 홍 장관은 군사문제의 해결을 직접 김 국방위원장에게 촉구 또는 건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통일부 관계자들은 말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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