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명중 4명만 각서…정부 어설픈 방북허용 말썽 자초

  • 입력 2001년 8월 16일 22시 54분


평양 ‘8·15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한 사람들 중에 과연 누가 개막식에 갔을까.

정확한 것은 남측 대표단이 21일 돌아와 봐야 알 수 있지만 대체로 진보 성향의 단체에 속한 사람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단체가 ‘통일연대’로 알려져 있다.

물론 ‘통일연대’에 속해 있다고 해서 모두가 개회식에 갔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평소 알려진 소신으로 미루어 갔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일 뿐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통일연대는 올 3월 결성된 단체로 △민주노총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회(한총련) △민주노동당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 본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한국노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통일위원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등 38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남측 대표단의 평양행 경위〓북한은 올 1월 남한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7대 종단 앞으로 팩스를 보내 6월15일부터 8월15일까지를 민족통일 촉진운동기간으로 설정할 것을 제의했다.

남측은 이에 호응해 5월말 민화협과 7대 종단, 통일연대 등 3개 단체가 주축이 돼 ‘6·15 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2001 민족공동행사 추진본부’를 만들었다. 이에 북측도 다시 ‘6·15∼8·15 민족통일운동을 위한 북측 준비위’를 결성했다.

남북 양측은 이후 팩스를 주고받으며 8·15대축전을 공동으로 치르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에서 개막식을 갖는 문제와 이 개막식에 남측 대표단이 참가하는 문제를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벌여야 했다.

▽정부의 조건부 방북 허용〓정부는 당초 남측 대표단의 방북을 불허할 생각이었으나 관련 단체들의 끈질긴 요구에 굴복, ‘3대 헌장 기념탑’에서 열리는 개막식에는 참석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남측 대표단의 방북을 허용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대표단으로부터 개막식 불참 각서까지 받아냈다. 그러나 대표단 337명으로부터 모두 각서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민화협, 7대 종단, 통일연대, 그리고 남측 행사 추진본부 등 4단체의 대표 4명으로부터만 각서를 받았다.

물론 정부는 14일 오후 방북 교육 때 대표단 전원에게 각서를 받았음을 알리고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대표가 각서를 썼다고 해서 소속된 개인들, 더구나 결속력도 없이 편의적으로 묶여진 단체의 개인들이 각서대로 개막식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믿은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이고 기대였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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