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폭언 전말

  • 입력 2001년 7월 6일 16시 16분


추미애의원이 당사로 출근하고 있다
추미애의원이 당사로
출근하고 있다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의원이 언론과 기자 그리고 야당에 대해 폭언을 퍼부은 5일 발언이 정치쟁점화되고 있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의 취중 얘기까지 실명으로 기사화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지 않으나 △발언 내용이 심각하고 △그 자리가 술자리이긴 했으나 브리핑을 겸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그 전말을 상세히 소개한다.》

5일 밤 서울 신문로의 한정식집 ‘향원’.

오후 7시부터 시작된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와 ‘바른정치모임’ 소속 의원들의 저녁식사 모임이 파한 것은 오후 10시경. 김 대표와 다른 의원들은 귀가하고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과 이호웅(李浩雄) 추미애(秋美愛) 의원만이 남아 기다리고 있던 취재기자들과 모임 브리핑을 겸한 술자리를 가졌다.

정 최고위원의 제의로 만들어진 술자리엔 동아일보 윤종구(尹鍾求) 기자를 비롯해 조선일보 한국일보 대한매일 한겨레 세계일보 CBS 연합뉴스 등 취재기자 8명이 참석했다. 추 의원 등은 직전 모임에서 마신 술 때문에 약간 취해 있었으나, 몸을 못 가눌 정도로 만취한 상태는 아니었다.

술자리 초반 추 의원은 거의 혼자서 이야기하다시피 했다. 주로 정 최고위원의 연설솜씨와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 등이 화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추 의원은 자신의 전주지법 판사 시절 얘기를 하면서 “지법원장이 전화로 MBC 기자와 뭐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아, 방송기자라는 것들이 이런 식으로 누굴 띄워주고 하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언론사 세무조사를 비판한 소설가 이문열(李文烈)씨에 대해 얘기하면서 “이문열같이 가당치 않은 놈이…” “×같은 조선일보에 글을 써서…” “뭐 조선일보를 국민의 4분의 1이나 보고 있다고?”라고 말하며 손으로 여러 차례 탁자를 내리치기도 했다.

추 의원은 이어 5일자 동아일보 A4면에 보도된 이문열씨와 자신의 ‘곡학아세(曲學阿世) 논쟁’ 기사에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다음은 추 의원과 윤 기자의 언쟁 요지.

▽추 의원〓왜 이문열보다 내 기사가 더 작게 나갔느냐. 왜 전화 인터뷰할 때 내 기사가 더 작게 나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느냐.

▽윤 기자〓취재기자는 기사를 써서 송고할 뿐이다. 기사가 크거나 작게 나가는 것과 제목이 어떻게 나오는지는 나도 신문 초판을 보고 나서야 알 수 있다. 그리고 추 의원의 인터뷰 내용은 중언부언하는 것이 많아 아무리 기사를 늘리려고 해도 늘릴 수가 없었다.

▽추 의원〓(손으로 탁자를 내리치면서) 너도 사주 편에서 기사를 쓰느냐. 사주 같은 놈….

▽윤 기자〓(손에 들었던 물컵을 소리나게 탁자에 내려놓으면서) 추 의원, 말조심하시오. 기자와 기사에 대해 사주를 들먹이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나는 94년 입사한 이후 사주를 위하거나 원칙에 어긋난 기사를 쓴 적이 한 번도 없다. 어디에다 대고 기자 앞에서 함부로 사주 편에서 기사를 쓴다고 얘기하느냐.

▽추 의원〓전화 인터뷰할 때 ‘지금부터는 체크됩니다’란 말을 왜 안하느냐. 비겁하게….

▽윤 기자〓국회의원이라는 공인에게 기자가 전화할 때에는 전화하는 순간부터 수화기를 놓는 순간까지 모든 게 기사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중 무엇을 기사화하느냐 하는 것은 기자가 판단한다. 내 기사 중에 표현 하나라도 틀린 부분이 있다면 얘기하라. 글자 한 자도 틀리지 않게 추 의원 얘기를 정확히 보도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얘기하지 말라. 그런데 어디에다 대고 함부로 사주를 들먹이느냐.

▽정 최고위원〓윤 기자, 추 의원이 술이 많이 취했으니 이해하시오.

▽윤 기자〓아무리 술을 먹었어도 그렇지 기자가 쓴 기사를 두고 어디 함부로 사주 운운하는 거요.

▽추 의원〓이 사주 같은 놈, 네가 정의감이 있느냐. 비겁한 놈. 사주의 지시로 글을 썼느냐. 이 새끼야.(손으로 탁자를 내리침)

▽윤 기자〓말조심 해.

▽추 의원〓곡학아세하지마.

추 의원과 윤 기자의 논쟁은 정 최고위원과 몇몇 기자들이 “자리를 그만 끝내자”며 일어설 때까지 30분 가량 계속됐다. 이 때가 밤 11시반경이었다. 추 의원과 윤 기자가 언성을 높이면서 논쟁을 하는 동안 다른 기자들은 전혀 발언하지 않았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관련기사▼

- 조 순형 의원의 충고
- 추 미애 의원은 누구
- 손 학규 "말 아끼는게 정치인 책임"
- 추 미애의원 폭언 파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