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북정책 전문가 진단]"北 시간끌며 역제의할수도"

  • 입력 2001년 6월 7일 16시 58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북 대화재개 선언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중단됐던 북-미간 대화에 일단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이 제시한 의제들이 북측으로선 하나같이 부담스런 것들이어서 북측이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시작은 되겠지만 갈 길이 멀어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의 대응방식에 대해 당장은 미국을 비난할지 모르나 결국 대화에 응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미간 대화는 북한이 내심 기대해 왔던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서항(李瑞恒)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이 거절할 이유는 없을 것이나 북한도 자기네가 원하는 방향대로 끌고가려 할 것"이라며 "다만 북한도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이 서있는 것 같지 않은 만큼 당분간은 시간을 갖고 지켜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종석(李鍾奭)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실장도 "북한이 비난만 하면서 대화에 안나올 수도, 한번 비판하고 나올 수도, 그냥 곧바로 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며 "북한이 '강짜'를 부릴 수도 있겠지만 미국이 강경 일변도로만 나오지 않는다면 결국 북한도 대화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수(金英秀) 서강대 교수는 "일단 대화를 받아들이되 미측의 설명을 들으면서 북-미간 채널을 굳히는 쪽으로 갈 것 같다"고 예상했다.

북한이 역(逆) 제의를 할 가능성도 지적됐다. 강성윤(姜聲允) 동국대 교수는 "북-미간 대화는 북한도 바라는 바겠지만 북한은 '우리 식대로 하겠다'고 했다"며 "각 의제들에 대해 그동안 주장해 온 기조 위에서 자신들의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북한은 △미사일개발 문제의 경우 북-미간 협상의 여지가 있음을, △제네바 합의 개선에 대해선 약속 불이행을, △남북한 재래식 군사력에 대해선 주한미군 철수를 각각 제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또 "북-미대화의 시작은 교착상태에 있는 남북관계에도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한국으로선 앞으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조화롭게 끌고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미국이 의제로 포함시킨 재래식무기 감축에 대해선 한미간에 더욱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철희 김영식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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