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끌었던 △개혁 개방 언급 △남북관계 개선 △대미관계 입장 표명 등은 없었지만 “‘신사고’에 입각한 혁신과 근본적 전환을 통한 대외무역 발전”을 통해 경제회생에 총력을 쏟겠다는 방법론을 제시한데서 이를 엿볼 수 있다는 것.
북한은 결국 일단 경제 활성화를 통해 내실을 강화하되, 대외 문제는 미국의 신정부 출범 이후 동북아 정세의 변화 추이를 좀더 지켜보자는 현실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원리를 부분적, 제한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의도도 감지된다. 홍성남(洪成南)내각총리는 보고에서 “뒤떨어지고 실리가 나지 않는 생산공정들을 대담하게 털어버리고 투자의 효과성이 높고 인민들이 실제 덕을 볼 수 있는 대상부터 최신기술에 기초해 현대적으로 개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한 것만큼 보수를 주는 분배원칙도 강조했다.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면서도 경영의 효율성 추구도 노리겠다는 뜻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체적으로 현 체제와 이념의 고수를 강조하고 있지만, 경제회복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점진적 단계적 제한적으로 변화를 추구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향후 남북관계도 경협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세종연구소 이종석(李鍾奭)연구위원은 “북한이 6·15공동선언을 강조하면서도 대미관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정책변화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주석단 권력서열 올해 큰 변화는 없어▼
최고인민회의 주석단 서열 | ||
서열 | 10기3차 (2000.4.4) | 10기4차 (2001.4.5) |
1 | 김정일 | 김정일 |
2 | 김영남 | 김영남 |
3 | 조명록 | 조명록 |
4 | 홍성남 | 홍성남 |
5 | 김영주 | 김영춘 |
6 | 박성철 | 김일철 |
7 | 김영춘 | 전병호 |
8 | 김일철 | 연형묵 |
9 | 이을설 | 이을설 |
10 | 전병호 | 양형섭 |
11 | 백학림 | 백학림 |
12 | 연형묵 | 이용무 |
13 | 이용무 | 김철만 |
14 | 양형섭 | 계응태 |
15 | 계응태 | 한성룡 |
북한이 주요 행사 때 발표하는 주석단 서열은 북한 내부의 권력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주석단이 대체로 노동당 서열에 맞춰 순차적으로 소개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실제 권력 서열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최고인민회의 등 의회행사에서는 의회 인물이, 인민군 창건기념일 등에서는 군부 인물이 상석에 앉는다.
94년 7월 김일성(金日成)주석 사망 이후 주석단 서열에 큰 변화는 없다. 다만 99년 9월 헌법 개정과 함께 국방위원회의 지위와 권한이 크게 강화되면서 군부 인물들이 주석단 상위서열로 확실하게 자리잡았을 뿐이다. 이 때문에 정치국 후보위원인 국방위원이 때로는 정치국원보다 앞서 호명되기도 한다. 이번 최고인민회의 10기 4차회의의 주석단 서열도 종전과 큰 차이는 없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