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총재 국회연설 비난…야 "충고 받아들여야"

  • 입력 2001년 4월 4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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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4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강력히 비판했다.

박준영(朴晙瑩) 대통령공보수석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총재의 대표연설은 모든 것을 왜곡하며 거짓 주장을 펼쳐 놓았다”며 “진실에 바탕하지 않은 주장을 가지고 무책임하게 비판하는 것은 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이총재 대표연설 중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후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전쟁억제를 위해 주둔해 온 미군도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한 대목을 문제삼았다.

김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후 “우리 국민은 더 이상 전쟁은 없다는 각오로 북한을 대해야 한다”고 말했을 뿐이지, ‘전쟁은 없다’고 단정한 적이 없으며, 더욱이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통일 이후에도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는 게 박수석의 설명.

그는 또 “이총재는 ‘수십년 동안 국민의 피땀으로 쌓은 것이 지난 3년간 무너지고 있다’고 했는데, 이는 나라 망친 책임을 현정부에 돌리려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안기부 예산까지 가져다 쓴 한나라당식 부패와 정경유착으로 인해 지금 온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진(南宮鎭) 정무수석도 “이총재의 비판은 불지른 사람이 소방관에게 왜 불을 잘 끄지 못하느냐고 화내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이총재는 김대통령의 발언이 자칫 국민의 안보의식을 해이하게 하고 급진세력에 의해 주한 미군철수 주장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경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총재의 연설을 비난하는 그들의 주장이야말로 혹세무민의 극치”라며 “청와대와 민주당은 야당 총재의 뼈아픈 충고를 받아들이는 마음자세부터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승모·김정훈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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