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아들과 53년만에 서신교환 103세 이상옥 할머니

  • 입력 2001년 3월 5일 18시 36분


“하나밖에 없는 나의 아들이 같은 하늘 아래 살아 있다는 것이 정말 기쁘고 너무 고맙구나!”

15일 판문점에서 남북한 연락관 접촉을 통해 북쪽의 외아들 김정우씨(74·평남 운곡지구 전산구)와 서신을 교환하게 될 이상옥(李霜玉·103·강원 속초시 금호동·사진)할머니는 5일 아들에게 보낼 편지를 부둥켜안고 입을 맞추었다.

이할머니는 이 편지에 “네가 살아있다니 내 가슴속에 눈물이 얼마나 나오는지…. 이제는 욕심이 생겨 너와 한번이라도 만나고 싶다”며 혈육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이할머니의 말을 외손녀 김옥단씨(27)가 옮겨 적은 이 편지는 “겨울에서 봄으로 옮아가는 철이니 건강에 신경쓰길 바란다”고 끝을 맺고 있다. 이할머니는 이 편지에 작고한 남편의 환갑때 사진과 현재 남쪽에 있는 딸 4명 등 가족들의 사진을 동봉했다.

6·25전쟁 전인 1948년 8월 돈을 벌어오겠다며 아들이 북한 청진으로 떠난 지 어언 53년.

이할머니는 “아들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파 그동안 동지섣달에도 가슴을 풀어헤치고 잠들어야 했다”며 “마음 속으로는 몇만장의 글을 썼지만 막상 글을 쓰려니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이할머니는 “아들도 이제 할아버지가 되었겠지”라며 “색시는 어떤 사람인지, 아들과 딸은 몇명을 낳아 출가시켰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할머니를 모시고 있는 셋째 딸 김정선씨(63)는 “어느날 저녁 어머니가 오빠를 생각하며 손으로 땅을 한자나 후벼파는 것을 보았다”며 “아들을 만나기 전까지 죽을 수 없다며 오래 살기 위해 지금껏 고기는 일절 먹지 않고 야채와 된장만 드셨다”고 말했다.

<속초〓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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