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판문점에서 남북한 연락관 접촉을 통해 북쪽의 외아들 김정우씨(74·평남 운곡지구 전산구)와 서신을 교환하게 될 이상옥(李霜玉·103·강원 속초시 금호동·사진)할머니는 5일 아들에게 보낼 편지를 부둥켜안고 입을 맞추었다.
이할머니는 이 편지에 “네가 살아있다니 내 가슴속에 눈물이 얼마나 나오는지…. 이제는 욕심이 생겨 너와 한번이라도 만나고 싶다”며 혈육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이할머니의 말을 외손녀 김옥단씨(27)가 옮겨 적은 이 편지는 “겨울에서 봄으로 옮아가는 철이니 건강에 신경쓰길 바란다”고 끝을 맺고 있다. 이할머니는 이 편지에 작고한 남편의 환갑때 사진과 현재 남쪽에 있는 딸 4명 등 가족들의 사진을 동봉했다.
6·25전쟁 전인 1948년 8월 돈을 벌어오겠다며 아들이 북한 청진으로 떠난 지 어언 53년.
이할머니는 “아들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파 그동안 동지섣달에도 가슴을 풀어헤치고 잠들어야 했다”며 “마음 속으로는 몇만장의 글을 썼지만 막상 글을 쓰려니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이할머니는 “아들도 이제 할아버지가 되었겠지”라며 “색시는 어떤 사람인지, 아들과 딸은 몇명을 낳아 출가시켰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할머니를 모시고 있는 셋째 딸 김정선씨(63)는 “어느날 저녁 어머니가 오빠를 생각하며 손으로 땅을 한자나 후벼파는 것을 보았다”며 “아들을 만나기 전까지 죽을 수 없다며 오래 살기 위해 지금껏 고기는 일절 먹지 않고 야채와 된장만 드셨다”고 말했다.
<속초〓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