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의원은 “97년 말부터 지난해 10월 말까지 총 251회의 예보공사 운영위 회의 중 16회만이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나머지 235회는 회의가 소집되지 않은 가운데 서면결의를 통해 형식적으로 운영돼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기간 중 투입된 68조6970억원의 공적자금 가운데 90.8%인 62조3541억원이 서면결의를 통해 집행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예보공사 운영위 당연직 위원인 정덕구(鄭德龜)전 재정경제부 차관이 해외출장 중이던 98년 9월과 99년 3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서면결의에 친필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대리서명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 “서면결의로 운영된 회의에서 모든 안건이 100% 원안대로 통과돼 결국 예보공사 운영위는 ‘거수기’ 역할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엄청난 수의 부실금융기관을 신속히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식회의를 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며 “정 전차관은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뒤 보고를 받고 충분한 검토를 거쳐 사후결재를 했기 때문에 대리서명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권의원은 “서면회의 후 곧바로 자금이 집행됐기 때문에 사후결재는 무의미한 일”이라고 재반박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