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방북하나 못하나… 발표 늦어져 다시 회의론

  • 입력 2000년 12월 22일 18시 33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내년 1월20일 퇴임하기 전에 북한을 방문하는 문제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북―미간 최대 현안인 북한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담판을 짓는 방안을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으나 여론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고심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이 19일 백악관을 방문한 조지 W 부시 대통령당선자와 북한 방문 문제를 협의했을 때만 해도 그의 평양행이 임박한 것처럼 여겨졌으나 방북 발표가 늦어지면서 다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관련기사▼
- "클린턴 방북 가능성 희박"…시일 촉박등 이유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21일 “시간이 갈수록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은 어려워진다”며 “방북 준비에 드는 시간 등을 고려해볼 때 제반 여건상 방북은 사실상 힘들어 보인다” 고 말했다. 그는 전날까지는 방북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이날 AP통신과의 회견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북한은 민간인공위성 발사를 우리가 대행해 주는 대신에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실험과 생산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이 미국이 제시한 이같은 미사일 해법에 동의할 것인지의 여부가 여전히 안개속에 싸여 있다는 점. 최대의 현안인 미사일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여론과 차기 공화당 행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방북을 감행하기는 힘들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중동평화협상이 급진전될 경우 클린턴 대통령은 이에 최우선적으로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성과가 불확실한 방북이 뒷전에 밀릴 수도 있다.

백악관은 당초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 여부를 크리스마스 전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연휴를 감안할 때 이번 주내에 발표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으나 일각에서는 다음주로 결정이 연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은 20일 국무부의 크리스마스 파티 때 ‘아직 결정 안됐음’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 것’이라고 쓰인 종이를 각각 자신의 옷 앞 뒤에 부착하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