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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30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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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륜(朴基崙)한적 사무총장은 30일 서울 잠실롯데월드호텔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장총재의 방일은 이산가족 행사를 잘 치르겠다는 본인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박총장은 “장총재는 자신이 이산가족 상봉의 걸림돌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며 “총재는 출발 전까지 고민하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잘 치르기 위해 여기에 없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일본으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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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박총장은 장총재가 일본으로 출국한 29일 “장총재가 30일 한적총재 주최 북측대표단 환영만찬에 참석할 것이며 이산가족 상봉행사에도 참석할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한적 관계자들은 “출국 전날까지도 장총재의 거취문제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며 “장총재 자신은 물론 일부 간부들도 장총재가 이산가족 상봉기간에 도망가듯 일본으로 출국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털어놓았다.
관계자들은 ‘외부압력에 의해 장총재의 출국이 결정되었느냐’는 질문에는 “난처하다”고만 말했다.
한적측이 장총재의 전격 방일과 관련해 “일본 적십자사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했다”고 밝힌 것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적십자사측은 전화통화에서 “29일 대한적십자사측으로부터 한일간의 공동관심사를 논의하고 싶다는 연락을 처음으로 받았을 뿐이며 우리는 장총재를 초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총장은 “장총재가 올해 8월 취임 이후 일본방문 의사를 표시했다는 것을 말한 것”이라며 “자세한 사항은 국제교류과에 알아보라”는 등 대답을 기피했다.
한편 남측방문단을 위한 ‘북적주최’ 환영만찬이 이날 오전 ‘평양시 인민위원회 주최’로 바뀌어 그 배경에 대한 논란이 일었으나 한적측은 “환송만찬을 하기로 했던 평양시 인민위원회가 환영만찬을 하는 것일 뿐 아무 의미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 메이플홀에서 열린 한적의 환영만찬은 장정자(張貞子)한적부총재가 주최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 "韓赤총재 北 낙점받아 임명할건가" ▼
30일 북측 이산가족 상봉단 환영 만찬을 주재할 예정이었던 장충식(張忠植)대한적십자사 총재가 29일 돌연 일본으로 출국한 데 대해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대북 저자세’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30일 성명에서 “장총재의 돌연한 출국은 정부에 의한 반(半) 강제적 ‘방출’로 북한 눈치보기의 전형”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장총재의 출국을 강요한 주체가 누구인지 밝혀라”고 촉구했다. 장광근(張光根)수석부대변인은 “앞으로는 한적 총재도 북한의 낙점을 받아서 임명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자민련 박경훈(朴坰煇)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한적이 주최하는 이산가족 상봉에 한적 총재가 나설 수 없다는 것은 맞선 보는 데 당사자가 못나가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장총재를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장총재의 출국 배경을 정확히 알지 못해 뭐라고 말할 입장이 아니다”(박병석·朴炳錫대변인)며 언급을 자제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소속의 한 민주당의원은 “장총재가 모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한 것이 문제의 발단인데 그런 행동은 자제돼야 하나 북한도 과잉대응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