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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19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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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19일 검찰 수뇌부 탄핵안 처리 무산을 ‘청와대 각본, 민주당 감독, 이의장 주연의 정치 코미디’라고 비난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민주당 의원들이 물리적으로 막아 의장실을 나갈 수 없었다고 한 이의장의 얘기는 거짓말”이라며 “앞으로 이의장이 사회를 보는 의사 일정은 모두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의장이 정회 선포 후 의장실로 급하게 돌아간 점 △사회권을 넘겨 달라고 한 홍사덕(洪思德)부의장의 요구를 거부한 점 등을 ‘사전 각본설’의 증거로 제기했다.
이에 민주당 김현미(金賢美)부대변인은 “이의장이 국회법 개정안 상정을 거부할 때는 찬사를 보내던 한나라당이 탄핵안이 상정되지 않자 사퇴 권고 결의안을 제출한 것은 한마디로 무원칙한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의장은 ‘민주당과의 사전 조율설’을 ‘양심과 명예를 걸고’ 부인하면서 “인생의 서글픔과 환멸을 느낀다”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다음은 이의장과의 문답 요지.
―한나라당은 ‘이중 플레이’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만약 사전에 민주당과 짜고 했거나 사기를 쳤다면 벼락을 맞아 죽을 것이다. 맹세코 그런일은 없다.”
―17일 밤 의장실 봉쇄 당시 왜 홍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지 않았나.
“여야가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는 판국에 사회권을 넘기면 불상사가 생긴다. ‘피비린내’가 눈에 선한데 어떻게 무책임하게 사회권을 넘기나.”
―탄핵안 상정 직전에 왜 정회를 했는가.
“어느 당이건 의총을 위해 정회를 요청할 경우 허락하는 게 관례다. 또 (탄핵안 표결) 기표소 준비에 시간이 필요했다.”
―정회 후 여당의원들이 의장실을 봉쇄할 것을 몰랐나.
“야당도 아닌 여당이 나를 막는다는 것은 꿈에도 상상조차 못했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가 나를 속였다.”
―사퇴 권고안은 어떻게 처리하나.
“나는 의장직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다. 때가 되면 의원들에게 신임을 물을 것이다.”
▼탄핵안 재발의 법리공방▼
처리시한을 넘겨 자동폐기된 검찰수뇌부 탄핵소추안이 이번 회기 중 재발의될 수 있을까.
국회법 92조(일사부재의)는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 다시 발의 또는 제출하지 못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자동폐기를 부결로 볼 것인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탄핵안은 법적 근거가 없어 원천무효”라며 당연히 재발의도 불가하다는 입장. 민주당은 또 ‘부결 또는 폐기된 안건은 재의할 수 없다’(일사부재의)는 국회법 해설서 내용을 근거로 폐기된 탄핵안은 이번 회기 내에 재상정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나라당은 폐기를 부결로 본다는 국회법의 명시적 규정이 없고 민주당의 물리적 저지로 탄핵안이 폐기된 만큼 원칙적으로는 재발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19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는 법리적 공방을 피하기 위해 ‘검찰의 옷로비사건 등 축소은폐수사’ 등의 사유를 추가해 정기국회가 끝난 뒤 연말이나 내년초 임시국회가 소집될 경우 탄핵안을 재발의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