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미사일회담]美 "미사일 국제규범 통해 해결"

  • 입력 2000년 11월 5일 19시 20분


미국이 1∼3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렸던 북―미 미사일 전문가 회담에서 ‘사거리 300㎞, 탄두중량 500㎏’을 넘는 미사일의 수출을 통제하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따라 북 미사일문제를 해결하자고 북측에 제의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날 “이번 회담에서 미국 측은 ‘궁극적으로 북한 미사일 문제는 MTCR의 준수 또는 가입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MTCR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며 “반면 북측은 ‘경제적 보상문제가 먼저 매듭지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측은 국제경제기구 등을 통한 차관도입이나 투자유치 같은 간접지원 방식을 내세우며 MTCR와 같은 국제규범을 통해 미사일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을 거듭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미사일 수출로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입장에서는 확실한 경제적 보상 없이 미사일 수출을 통제하는 MTCR를 준수하거나 그에 가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미측이 북한에 요구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MTCR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했다면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여부와 관련해 북한 미사일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한편 미측의 요구대로 북한이 MTCR를 준수한다고 해도 이미 개발된 사거리 300㎞ 이상의 중단거리 미사일에 대해서는 통제할 방법이 없어 아직까지 사거리 180㎞에 묶여있는 한국과의 ‘미사일 비대칭성’ 등에 대한 논란이 일 전망이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클린턴 亞순방길 방북 안할 것"▼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이달 중 예정된 아시아 순방길에 북한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백악관이 4일 밝혔다.

제이크 시워트 백악관대변인은 “클린턴 대통령이 11∼20일까지로 예정된 브루나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 참석과 베트남 방문에 이어 평양을 방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그러나 내년 1월20일 임기가 끝나기 전에 북한에 갈 것인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을 미루는 것은 지난달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과 최근 콸라룸푸르 북―미 미사일회담(1∼3일)에서 북한 미사일 문제와 관련, 미국이 만족할 만한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워트 대변인은 “콸라룸푸르 회담이 미국과 북한간에 공통의 기반을 확대하는 데는 기여했으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또 대니얼 크루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도 “콸라룸푸르 회담의 결과에 대해 더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올브라이트 장관이 3일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북한 방문을 둘러싼 여론의 비판에 대해 해명한 데 이어 백악관이 아시아 순방에서 북한을 제외키로 한 것에 비춰볼 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실현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졌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달 조명록(趙明祿)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을 통해 클린턴 대통령의 북한 방문에 합의했으나 미국 내에선 최근 북―미 현안 해결에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 여론이 제기돼 왔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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