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예산안 설명회 예산처장관에 '홀대 분풀이'

  • 입력 2000년 9월 25일 18시 37분


25일 오전 자민련 당무회의실에선 ‘2001년 정부예산안 설명회’가 열렸다. 전윤철(田允喆)기획예산처장관을 비롯한 예산처 간부들이 대거 나왔고 자민련측에선 김종호(金宗鎬)총재대행을 비롯한 주요당직자와 소속 의원들까지 참석했다.

형식은 정부와 여당 간의 ‘당정협의’나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자민련은 굳이 ‘설명회’라고 했다. ‘야당선언’으로 올해 초부터 중단된 당정협의가 부활된 것처럼 비쳐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인 듯했다. 그래서인지 자민련은 이날 정부측의 ‘설명’을 듣기보다는 그동안 자민련을 홀대해 온 데 대한 ‘분풀이’라도 하듯 호되게 몰아붙였다.

먼저 이양희(李良熙)원내총무는 전위원장이 악수를 청하자 “기획예산처가 우리 정부 부처냐. 미국에나 있는 줄 알았다”고 비아냥댄 뒤 “우리당 의원연찬회(4일) 때는 설명을 거부해놓고 이제서야 부랴부랴 쫓아온 데 대해 사과부터 하라”고 다그쳤다.

이에 전위원장이 “늦어져 송구하다”고 사과했지만, 변웅전(邊雄田)대변인 등이 나서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사람이 각 당을 공정하게 대해야지…. 뒤늦게 애걸복걸하느냐”고 면박을 주었다.

정부측 보고가 시작돼서도 자민련 참석자들은 “대구 부산 광주만 지역 특화사업이 있느냐. 왜 충청은 없느냐” “장항선 복선화엔 찔끔찔끔 예산을 배정하면서 호남선 전철화엔 팍팍 쓰느냐”며 ‘지역편중 예산’이라고 사사건건 물고 늘어졌다.설명회를 지켜 본 당의 한 관계자는 “진작 입장을 분명히 해 당정협의를 부활시키든지, 아니면 야당처럼 그런 설명회는 필요없다고 하든지 했어야지 뒤늦게 정부를 윽박질러서야 되겠느냐”고 한마디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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