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송자前장관 '16억 환원' 이행여부엔 함구

  • 입력 2000년 8월 30일 18시 35분


송자(宋梓)전교육부장관은 사표가 수리된 뒤 30일 오전 11시경 교육부 기자실에 들렀다.

착잡한 표정으로 기자실에 들어선 송전장관은 5분여동안 그동안의 소감과 교육의 중요성 등을 설명하면서 책상을 두드리며 목소리에 힘을 주기도 했다.

송전장관은 “짧은 기간이지만 교육부를 도우려다 부담을 주게 돼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나는 평생 교수로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직업보다는 자유롭게 지냈다. 생각해보니 나라와 정부, 김대중대통령, 그리고 ‘나’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도움이 안될 것 같아 (사퇴) 결심을 했다”며 “새 천년을 맞아 나라가 잘돼야 하는데 나 때문에 부담이 돼서는 안된다”고 거듭 밝혔다.

송전장관은 “무한경쟁시대에는 어느 누구와도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우리 민족에게는 교육밖에 없다”며 “누군가가 틀을 만들고 조정을 해야 하며 자율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가가 기본교육을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전장관은 이어 “내가 (출입기자들에게) 3개월만 잘 부탁했는데 잘 안됐다”면서 “여러분들도 한국사람 아니냐.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고 교육부가 지식강국을 만들 수 있도록 후임 장관에게 잘 협조해달라”고 말을 높였다. 그는 이 말을 하면서 손으로 탁자를 치기도 했다.

“이제 자유인으로 돌아간다”며 자리에서 일어선 송전장관은 “삼성전자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는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아무말도 더 이상 묻지 말라’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기자실을 떠났다.

곧이어 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임식에서도 송전장관은 “장관들은 왔다가 떠나는 것이지만 교육부 직원들은 민족 교육과 삶의 질을 높이는 책임을 선택한 만큼 열심히 일해달라”며 “짧은 인연이었지만 밖에서 교육부의 전도사 역할을 하며 돕겠다”는 말을 남기고 굳은 표정으로 식장을 나섰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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