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 외무회담 화제]회담 뒤풀이로 사물놀이 장기자랑

  • 입력 2000년 7월 28일 18시 46분


28일 아세안 확대 외무장관회의(PMC)에 참석한 20개국의 만찬행사가 펼쳐진 방콕 셰러턴호텔. PMC의 전통인 ‘외무장관들의 장기자랑’시간을 맞아 한국 외교부 직원들은 북 꽹과리 징 장고소리가 어우러진 사물놀이로 장내를 사로잡았다. 이들이 마음껏 흥취를 뽐내는 동안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과 장재룡(張在龍)차관보는 소고를 치며 무대를 누볐다.

강경화(康京和)장관보좌관은 참석인사들에게 “사물놀이는 음양(陰陽)의 조화, 긴장과 이완이 계속되며 ‘화합’을 상징한다. 우리는 남북관계가 사물놀이처럼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힘차게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소개했다.

‘PMC 장기자랑’은 각국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딱딱한 연설문이 아닌 음악과 춤, 연극 등을 통해 호소력있게 표현하는 자리. 이때문에 “회원국들이 본회의보다 장기자랑에 더 심혈을 기울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이벤트 전문가의 도움까지 받으며 매년 새로운 장기를 선보일 정도. 97년 동남아 외환위기 당시 그는 ‘아르헨티나여, 울지 말아요’를 ‘미국이 도와줄테니 걱정말고 힘을 내라’는 내용으로 개사한 ‘아세안이여, 울지 말아요’를 불러 박수를 받았다. 98년에는 올브라이트장관과 프리마코프 러시아외무장관이 함께 춤을 추며 ‘탈냉전’을 의미하는 합동연극을 선보였다.

지난해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일본외상은 ‘일본군국주의’에 대한 주변국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일본안보는 절름발이다. 미국의 도움없이 혼자 설 수 없다”며 목발을 짚고 등장했다. 중국은 기공체조나 붉은 깃발 공연으로 강국의 이미지를 선보여 왔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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